북, 만수대창작사까지 강도 높은 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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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만수대 창작사의 인민화가와 공훈화가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검열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그림이 남한에 대량 밀반입된 사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지난달 17일, 한국의 언론들은 중국 조선족 김 모씨(46)가 북한화가의 그림 1천3백여 점을 남한에 밀반입하려다 남한당국에 적발된 사건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내부 소식에 정통한 중국의 한 소식통은 “이 사건이 빌미가 돼 북한 만수대 창작사 화가들이 보안 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남한에서 북한그림 밀반입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선족 김 씨의 남편은 ‘해외 동포원호위원회’에 가입한 북한사람으로 만수대 창작사와 그림 공급 계약을 맺고 부인 김 씨를 통해 북한 그림을 남한에 팔아넘긴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보도한 남한의 텔레비전 방송은 해당 그림과 작가의 이름, 낙관 등을 소상히 밝혔습니다. 일부 방송은 남한에서의 그림 판매가격을 여과 없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대북소식통은 일단 북한당국의 조사가 끝나야 알겠지만 그림을 중국에 반출한 김 씨의 남편은 물론 관련 화가들에게도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작품 판매대금을 국가에 입금하지 않고 당사자들이 챙겼을 경우 파장은 더욱 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단동이나 선양, 연길 같은 중국의 변경 도시에는 북한 그림을 취급하는 상인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판매되는 북한 그림은 대부분 북한 화가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틈틈이 그린 것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것들입니다. 중국에서는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북한당국이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적은 없습니다.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은 그림이 남한으로 넘어 간데다 남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사회적 문제가 된 탓에 검열이 붙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그림 중개상인 중국인 왕 모 씨는 “이번 사건으로 한동안 북한 그림을 공급받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사건을 크게 보도한 남한 언론을 탓했습니다. 그는 북한화가들의 그림이 밀반출되는 것은 “북한 화가들이 국가에서 주는 노임만으로는 살아갈 방도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화가들은 틈나는 대로 자신의 그림을 중국에 내다 팔아 생계를 이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왕 씨는 이번 북한 당국의 조사로 인해 해당 화가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기를 희망할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만수대 창작사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화가들은 개별적인 작품 활동이 철저히 금지 되어 있으며 그들의 작품은 전량 국가의 소유로 개인이 임의로 소장하거나 판매할 수 없습니다.

한편 북한당국은 화가들이 그리는 그림의 소재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인 그림 중개상 왕 씨는 “나라의 품격을 깎아 내린다는 이유로 풍경화의 경우 옛날 초가집은 그리지 못하고 인물화의 경우에도 우울한 표정이나 남루한 차림의 인물은 화폭에 담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