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요즘 북한 공식매체들에는 중국인의 이름이나 지방 이름들이 중국식 발음 그대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북한 주민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지난 8월 초부터 북한 보도매체들은 중국인의 이름과 지방 이름들을 현지 발음 그대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24일 북한 중앙텔레비전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북한 중앙TV> “위대한 수령 김정일 동지께서 중국공산당 상무위원이며 국무원 부총리인 리커챵 동지를 접견하시었습니다”
여기서 ‘리커챵’의 한국어 발음은 리극강으로, 현재 중국 국무원 상무부총리를 맡고 있지만, 앞으로 중국 총리로 유력시 되는 인물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올해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북한 매체들은 그를 ‘리극강’으로 소개했지만, 올해 8월 초부터 북한 매체들은 중국식으로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런 중국 이름과 지방 이름을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얼마 전 연락이 닿은 한 북한 주민은 “중앙 텔레비전에서 보도되는 중국 이름이나, 지명을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면서 “특히 8월에 김정일이 러시아에 갔다가, 중국 동북지방으로 나올 때는 지방 이름이 생소해 아주 혼란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중앙텔레비전은 내몽골을 ‘네이멍구’, 흑룡강을 ‘허이룽강’, 만주리를 ‘만저우리’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지도나, 교과서에도 모두 내몽골, 흑룡강, 만주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듣고 이해하는 조선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후진타오, 원자바오 등 중국 지도자들의 이름을 익히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면서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 속에서는 중국어 사전을 들고 다니며 병음을 외우는 학생들이 꽤 많다”고 반응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중국식 표현으로 바꾼 것과 관련해 북한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가 밀착되면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깊어진 결과”라고 내다봤습니다.
김 위원장이 1년 새에 세 번씩이나 중국에 가고 황금평이나, 나선시를 중국에 내주는 등 최근 들어 경제협력관계가 깊어지면서 중국 사람들과 접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이 중국에 급속히 종속되면서 잘 보이기 위해 중국식으로 표기를 바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 탈북 대학생은 “주체와 민족성을 살린다면서 한자를 조선어 발음대로 쓰던 북한이 갑자기 중국식으로 바꾼 것은 중국에 더욱 예속되는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 사는 한국 교민은 “북한 주민들이 중국식 외래어를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걸 보면 한국에서 외래어 사용이 한창 시작되던 1970년대 초에 겪었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