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애도기간 복귀 실종자에 선처

중국과 북한의 국경 압록강에서 배를 타고 가는 북한 주민들.
중국과 북한의 국경 압록강에서 배를 타고 가는 북한 주민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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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최근 들어 탈북자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 말 김정일 위원장 애도기간에 복귀한 장기 실종자들에게 죄를 묻지 않는 특별조취(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계를 위해 강을 건넌 중국 내의 북한 주민들에게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당국의 유화책이라는 주장과 돈을 받고 도강을 눈감아준 지방 관료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내놓은 고육책이란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연말의 김정일 위원장 애도기간 중에 중국에 장기체류하다가 자진 복귀한 주민들에게 그동안의 행적을 캐묻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장기간 체류 중인 량강도 주민 조 모 씨는 최근 혜산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들었다며 "통행증으로 중국에 건너간 뒤 복귀하지 않고 장기간 떠돌던 주민들 중 김정일 위원장 애도기간에 조화(吊花)꽃다발을 들고 강을 건너 조선으로 들어간 주민들에게 불법 장기체류의 죄를 묻지 않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장기체류자들이 그럴 줄 알았으면 자신도 들어갈 것인데 기회를 놓쳤다고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그는 "이들은 당초 중국으로 나올 때 정식 통행증을 발급받아 나온 사람들이어서 비법 월경자는 아니고 게다가 애도기간 중에 조화를 마련해 들어간 점을 가상히 여겨 선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이번 조취는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평양 주민 장 모 씨는 "그런 조취를 내렸다는 게 잘 믿어지지 않는다" 면서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중국내에서 떠돌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안심하고 북한으로 돌아오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과거 보위부 출신으로 2000년도에 북한을 이탈해 남한에 정착한 한 모 씨는 "처음 이들이 중국에 나갈 때 통행증을 발급해준 보위부 등 해당 기관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다시 복귀한다는 것은 애당초 통행증을 발급해준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들 지방 간부들이 적당한 구실을 붙여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문제 삼지 않은 것이지 북한 당국의 유화책으로 보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을 이탈해 중국에서 장기간 생활한 사람들은 이미 자유세계의 물이 잔뜩 들어서 격리 대상이지 포용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에는 현재 비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탈북자 외에도 30일 체류기간의 통행증을 발급받아 중국으로 넘어와 돈벌이 하느라 장기체류자가 되고 처벌이 두려워 북한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주민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들을 '실종자'로 분류하고 있으며 작년 가을 불어 닥친 '폭풍군단' 검열에서는 5년 넘게 복귀하지 않은 사람들은 탈북자로 분류해 그 가족들을 오지로 추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