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중국 단동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중국인 왕 모 씨는 "북한에 철도로 화물을 수송할 때 북한 화차에만 실어야 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화차 부족으로 곤욕을 치러온 북한으로 가는 물자 수송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내 무역업자들은 그동안 철도를 이용해 북한으로 물자를 보낼 때 대부분 중국의 화차를 이용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으로 넘어간 중국의 화차가 회수되지 않는 일이 반복돼왔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중국 철도 당국이 더는 중국의 화차를 북한에 들여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왕 씨는 설명했습니다.
중국 단동의 또 다른 무역업자 장 모 씨는 "중국 당국에서 30대의 기관차와 160개의 화차를 북한에 무상으로 공여하고 더는 중국의 화차를 북한지역으로 들여보내지 않는 조처를 했다는 얘기를 철도 당국자에게서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장 씨는 "중국 철도 당국이 북한으로 보냈던 화차를 회수하는 대로 일부는 수리하고 일부는 폐기처분하고 있다"면서 이는 "북한 지역으로 넘어간 화차 중에 상당수의 부속품이 절취된 상태로 중국으로 반환되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으로 보내진 중국의 화차가 뒤늦게 중국으로 돌려보내지는 이유는 중국의 화차가 대부분 유개화차(有蓋貨車)여서 북한의 역 구내에서 임시창고로 장기간 전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중 간 철도협정에는 북한지역으로 보내진 중국의 화차가 800개가 넘으면 초과된 화차는 중국으로 돌려보내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되돌려주지 않은 중국 화차는 통상 1,000개 이상, 많을 때는 2,000여 개나 됩니다.
중국 철도 당국은 그동안 이런 고질적인 폐해에 강력히 항의하고 심지어 북한으로 가는 철도의 운행을 정지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무역업자들은 중국 당국이 화차를 북한으로 들여보내지 않기로 한 조치는 한시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중 간에 화차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이 양보해 문제를 덮어온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도 '북한 길들이기' 차원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육상 수송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무역업자들은 "북한에 물건을 내린 후 빈 컨테이너를 반드시 다시 가지고 나오는데 북한에 며칠이라도 놔두게 되면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중국의 무역업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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