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
한국과 국제사회는 민간인 주거 지역까지 타격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에 경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간인 사망자까지 나와 전 세계가 북한을 비난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중국에 나와 살고 있는 북한사람들은 이 소식을 애써 외면한 채 모르는 척 한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중국 국경지역 도시에서는 음식점이나 찻집에 사람들이 삼삼오오모여 서해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포격 도발을 화제로 수군거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대개 북한당국을 격렬히 비난하면서 “일체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중국 사람들도 북한 당국의 도발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중국인들 가운데는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먹을 것을 내놓으라는 의사 표시를 좀 심하게 한 것” 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한 사람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듯, 이 사건에 대한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고 있습니다.
중국 단동에서 북한에서 온 고객 위주로 한국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의 종업원은 “조선 손님들도 우리가 켜놓은 텔레비전으로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보도를 접하지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말 한마디 없이 그냥 나가버린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손님이 많이 찾는 중국 단동의 한 식당 종업원도 “텔레비전에서 연평도 사건 보도가 시작되면 한국 손님들은 텔레비전 앞으로 몰려드는데 반해 조선 손님들은 의식적으로 텔레비전 화면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거나 아예 개별방으로 들어가 버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몇몇 북한인은 주변을 의식한 탓인지 아예 식당 밖으로 나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건 다음날 북한 식당을 찾았던 조선족 이 모 씨는 식당 복무원에게 연평도 사건 얘기를 물었더니 그런 것은 잘 모른다며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과의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 조선족 사업가는 북측 대방에게 직접 얘기를 꺼냈지만 대꾸도 하지 않는 바람에 자신이 머쓱해졌다고 말합니다. 그는 “조선 대방이 다른 얘기나 하자면서 말머리를 돌리고 말을 아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 사람들의 행보에 대해 북한 출신 화교 류 모 씨는 북한인들의 몸에 밴 생존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류 씨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북한 사회이고 입조심은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생존 수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해외에서라고 달라질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류 씨는 “보지 않는 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데 그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나 해당되는 말이지 조선 사람들은 잠꼬대나 꿈을 꿀 때도 장군님, 수령님을 외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한 당일 단동지역 해관을 비롯한 국경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도발사건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오후 늦은 시간부터는 상가에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북한 식당 등도 평소와 다름없이 영업을 계속했습니다.
한편 단동항과 인천항을 운항하는 정기여객선 동방명주호는 이번 사태가 난 직후인 23일 오후 운항을 취소하려다 계획을 바꿔 운항을 강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