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첩보활동’ 중국상인 단속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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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북 첩보활동에 위기를 느끼고 있는 북한 보안당국이 장사를 목적으로 드나드는 중국 상인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보안당국이 중국 상인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장사를 목적으로 북한을 드나드는 중국 상인들 속에 북한 내부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단서가 제기되면서 단속을 강화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이곳 사정에 밝은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무역상인이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지정된 장소 외에 다른 곳에서 숙박하는 중국인들 통제를 강화하고, 청진에도 보위부나 10호 초소를 끼고 다니던 사람들도 이번에 제기되고…"

이에 따라 북한 보위부는 중국 상인들이 거처지를 이탈해 다른 지방으로 여행하는 것을 막고, 이들이 접촉하는 북한 내 주민들을 색출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국경지역 인민보안부와 보위부는 중국 상인이 거처지로 정한 친척집들을 불의에 방문 검사하고 만약 부재중일 경우, 그의 행처를 조사한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에 장사를 위해 나오는 중국인들은 중국 돈 300원 가량을 수속비로 내고 도강증을 발급받았습니다. 이들은 북한에 나오기 전에 보위부에 자기가 거처하려는 북한 내 친척집의 주소와 동의서(체류허가서)를 바쳐야 합니다.

친척이 없을 경우, 시내 여관에 묵어야 하는데 그러면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중국인들은 자기가 믿는 북한 사람들을 '가짜 친척'으로 만들고 다녔다고 국경지역 출신 탈북자들은 말했습니다.

이렇게 회령시와 무산군 등에 나온 중국 상인들은 장사거래를 위해 함경북도 청진시나 멀게는 함남도 함흥시까지 드나들었습니다. 이들이 타지방으로 갈 때는 보위부 10호 초소를 경유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돈과 담배를 주고 통과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자강도 만포시에서 체포된 중국인들도 장사를 빙자하고 군수산업지역인 자강도 강계시를 오가면서 대북첩보활동을 했다는 단서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라고 이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이들을 체포한 보위부가 이들이 소유했던 MP3플레이어에 소형녹음기가 장착된 것을 발견하고 정탐행위에 이용했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이번 보위부 검열에서는 중국 상인들을 친척으로 만들어 끌어들인 사람들과 중국인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여행을 눈감아준 일부 보안 기관원들도 처벌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 지방에서 나온 다른 무역관계자는 29일 "중국 상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가짜 친척'을 만들어준 함경북도 보위부 국경봉쇄처 간부 여러 명이 처벌받았고, 회령시 보위부에서도 여러 명이 제대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중국인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최근 북중 통행검사소에서는 사소한 혐의를 보여도 상인들이 다시는 북한에 입국하지 못하게 '까만 도장'을 찍어 출국시킨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28일 "중국의 대북첩보활동에 불안을 느낀 북한이 '중국간첩(일명 중국개)' 잡기 운동에 나섰다"며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NK지식인연대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내부 문건에도 중국 간첩에 대해 '중국개'라는 극단적인 표현이 씌웠다며 겉으론 북중 관계가 혈맹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은 북한 지도부가 중국을 아주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