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북 기근. 인권 유린 상황 증언

30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입국한 탈북자들의 북한의 인권상황을 증언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들은 특히 살기 위해 중국에 갔다, 중국 당국에 체포돼 다시 북송된 뒤 수용소로 보내져 온갖 고문을 당한 얘기를 전하면서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nk_defectors-200.jpg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탈북자들이 북한의 인권상황을 증언하는 기자회견하는 모습 - RFA PHOTO/이진희

이날 기자회견 장에 모습을 드러낸 4명의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가정주부로, 공장 노동자로, 또는 건설인부로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의 식량난 악화로 자신들의 자녀와 부모가 눈앞에서 굶어 죽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고향을 등지고 탈북자의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고 합니다.

지난 1997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숨어 지내다 2002년 남한에 입국한 김옥순(가명) 씨는 눈앞에서 아들이 영양실조로 쓰러져 죽는 것을 보고, 중국행을 결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옥순: 김일성 사망 후 배급제가 끊기면서 더 살 수 없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산나물을 먹으며 연명했는데, 29살 난 아들이 굶어 죽었습니다. 산나물 캐던 자리에서 쓰러져 죽었어요. 한 참 청년입니다. 신체가 얼마나 허약했으면 쓰러져서 일어나질 못하겠습니까? 병원에 가서는 창피해서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이 영양실조로 죽었다고 하더군요.

김옥순 씨는 당시, 자기가 살던 시에서만 하루 100명 씩 사람이 죽어나간다고 들었다며, 개인적으론 당시 북한 전역에서 300백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이 굶어죽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넘어간 중국 땅에는, 탈북자 색출에 혈안이 된 중국 공안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장모가 굶어 죽는 것을 본 뒤 북한을 탈출하기로 결심했다는 강명수(가명) 씨는, 98년 중국으로 왔으나 곧 공안에 잡혀 강제 북송된 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말했습니다. 강 씨는 수용소에서의 고문의 참상을 낱낱이 증언했습니다.

강명수: 제가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게 된 것은 중국 가서, 남한 사람들과 만났는가, 교회에 다녔는가를 캐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북한이 싫어서 중국으로 갔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했습니다. 인정할 경우 사형에 처해 집니다. 절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결국 죽지 않고 살아 남았습니다. 불고문을 받을 때가 제일 어려웠습니다. 나무 불 때는 불로 무릎 양쪽을 다 지졌습니다. 아직도 상처가 그대로 있습니다. 청소하고 난 물을 토할 때까지 강제로 입에 넣기도 했습니다.

강명수 씨는 자신의 증언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려는 듯, 당시 고문으로 입은 상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 수용소에 있을 당시 잡혀 들어온 한 탈북여성은 신체 건장한 남자도 감당해 내기 힘든 정신적, 신체적 모욕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강명수: 중국에서 내의 바람으로 잡혀온 탈북 여성이 있었습니다. 임신상태로 들어 왔습니다. 내의바람 이었습니다. 북한 경찰들이 중국 사람의 얘냐면서 욕설을 퍼붓고 모욕을 줬습니다. 죄수들 앞에 세워 놓고 끌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발로 차기도 했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식생활조차 챙기지 못하는 북한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장하겠냐며, 북한 주민의 고통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날 기자회견장에는 이들 탈북자들의 남한 행을 도왔던, 재미 인권운동가 윤요한 목사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윤 목사는, 지금 중국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탈북자들이 너무도 많이 있다면서, 북한의 인권유린을 묵인하면서, 탈북자를 북송하는 중국 정부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요한: 문제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북한이 국민을 굶어 죽이고 탈북해 나온 사람들을 잡아가면 북한에서 감옥에 가두고 공개 총살하는 것을 다 알면서 북으로 계속 강제 북송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유가 없고 인권이 없고 인간을 같이 살인하는 공모자인 중국이 어떻게 세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겠습니까?”

한편, 탈북자들은 오는 이번 주말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중국의 강제 북송 반대 시위에 참석해 북한 인권 실상을 증언하게 됩니다. 이번 시위는, 미국을 비롯해, 남한, 일본, 영국, 호주, 벨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11개 나라 중국 대사관 앞에서 동시에 열립니다.

워싱턴-이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