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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북 투자와 북한과 중국 간 무역량이 늘어나면서, 최근 북한에서 중국어의 인기가 제1외국어인 영어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최근 북한의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지시로 북한이 통역 없이 일 할 수 있을 정도의 중국어 실력을 갖춘 무역일꾼을 중국에 새롭게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에서 중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대북 투자와 중국과의 소규모 무역이 증가하면서 북한에 등장한 중산층에게 실용성에서 중국어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한 탈북자로 한국에서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는 주성하 씨의 설명입니다.
(북한 당국에서 지정한 제1외국어는 여전히 영어구요. 그렇지만 실제 배우는 (학생과) 부모들의 선호도를 조사하면 중국어가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5~6년 전부터 중국어 인기가 높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직도 북한의 중학교에서는 영어를 가르칩니다.)
지난해 말 북한을 방문한 대북 민간 교류 단체 ‘조선 익스체인지(Chosun Exchange)’의 제프리 시(Jeffrey See) 회장은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 다니는 평양 외국어 대학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장래 직업 중 하나가 ‘사업’이고 따라서 최근 중국어를 외국어로 선택하는 학생의 수가 많아졌다고 전했습니다. 제1외국어인 영어만큼 선호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입니다. 시(See) 회장은 북한의 상업화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조사하던 중 이러한 경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최근 미국의 북한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At the elite Pyongyang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business remains one of the most popular career choices among students. One student from the university claimed that among his classmates, Chinese is increasingly the foreign language of choice, and is starting to compete with English as the most popular foreign language.
북한에서 평양외국어학원을 졸업한 엘리트 출신 탈북자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무역과 관련한 직업을 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중국어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평양외국어학원을 다니던 1980년대 말 학과별 반 편성을 보면 영어가 8개 학급, 러시아 2개 그리고 중국어 1학급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평양외국어대학은 “교육과정 안에 대외경제과목도 설치하고 언어별 경제학 강의를 통해 외국어 전문가에게 필요한 경제지식을 줌으로써 대외무역거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인 리극강 국무원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하던 중 김일성종합대학의 중국어학과 수업을 참관하고 “진지하게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모습에서 중조친선을 추진하려는 학생들의 뜻을 읽을 수 있었다”면서 높이 평가했다고 중국국제방송이 전한 바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1960년 대 외국어 교육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어와 영어가 중학교 제1외국어로 지정돼 학교별로 택일하도록 정했고, 1991년에는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와 구 소련의 해체, 미국과의 협상 개시 등에 맞춰 러시아어를 포함해 중국어, 일본어 등이 제2외국어가 되었고 영어만 제1외국어로 남았습니다. 북한은 특히 컴퓨터 교육 등 정보 기술 전문가 육성을 위해 영어 교육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