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국경지역 북한 주민들 속에서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중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탈북을 준비하거나 밀수, 구걸질과 연관돼 있어서 북한 당국이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양강도 교육당국이 사법기관들과의 공조하에 고등중학교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중국어 단어장들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 도 당위원회와 도 청년동맹이 청소년 학생들과 국경지역 군인들, 주민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국어학습 실태와 관련 노동당 중앙위에 ‘건의서’까지 올렸다고 하는데 조만간 중국어 학습에 대한 강한 통제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대학생소식통은 “6월 중순 경 (혜산시) 혜화중학교에서 터진 중국어단어장 사건이 교육부분을 거쳐 국경경비대에게까지 번지고 있다”며 “사건이 중앙당에까지 보고되면서 어떤 지시가 내릴지 몰라 간부들도 가슴을 조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6월 중순에 터진 중국어단어장 사건은 혜화중학교의 한 교원이 중국어 공부를 하는 학생의 단어장을 우연히 들여다보고 즉각 학생들이 소지하고 있는 중국어 단어장들을 모두 회수하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당시 학생들로부터 회수한 중국어단어장 속에는 전부 밀수와 탈북, 중국인들을 상대로 구걸을 하는데 필요한 단어들로만 채워져 있어 단어장들을 본 교직원들이 깜짝 놀랐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도 “청년동맹원들과 국경경비대 대원들을 상대로 중국어 단어장들에 대한 일제검열이 실시되고 있다”며 “스스로 단어장을 바치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선포했지만 실제로 바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밀수와 관련된 중국말을 배우는데 관심이 높았는데 지금은 불법도강(탈북)과 관련된 중국어 회화가 기본을 이루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과 국경경비대 군인들 대부분이 그런 말을 외우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최근 양강도 주민들 속에서 가장 유행하는 중국어로는 ‘나는 북조선 사람입니다’, ‘먹을 것을 좀 주세요’, ‘일하고 싶습니다’ 등과 같이 탈북을 가상한 회화들과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 ‘한국 대사관이 어뎁니까?’와 같이 노골적으로 한국행을 의미하는 문장들이어서 사법당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중국어 공부가 양강도 뿐 아니라 국경지역 어디서나 유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번 중국어 단어장 사건 때문에 벌써부터 교육기관들에서 학생들이 중국어 공부하는 것을 엄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