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중국 단둥에 위치한 화교 연합회의 관계자는 친척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북한 화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예 중국에 정착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러한 화교 중에 특히 젊은이들이 중국에 정착하는 비율이 높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나이가 젊은 북한 화교의 경우 북한으로 돌아가도 마땅한 돈벌이가 없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이 없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편이 운신의 폭이 넓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북한에 거주하는 화교들은 일 년에 한 차례 중국에 있는 친척에게서 초대장을 받아 최고 90일을 체류할 수 있는 허가를 받고 중국에 입국하고 나서 체류 기간이 지나도 중국 주재 북한 공관에서 90일을 더 머물 수 있는 허가를 한 번 더 받을 수 있습니다. 그 기간을 넘기면 북한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중국에 입국해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정착을 모색하는 화교들도 중국에서 자리 잡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중국에 정착해 제2의 삶을 살려면 중국 당국에서 발행하는 공민증이 필요한데, 중국에 3년 이상 거주하고 중국에 정착할 수 있다는 경제적 능력을 증명해야 중국 공민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 출신 화교들이 중국 공민증을 취득하기 전에는 중국에서 무국적자 신세를 면할 수 없다고 중국에 거주하는 화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민증이 없다고 해서 중국 당국이 북한 출신 화교들을 북한으로 강제로 추방하는 일은 없습니다.
북한의 원산 출신으로 가족이 모두 15년째 중국에 살고 있는 65세의 류중선(가명) 씨는 중국에 와서 막노동과 장사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지만 이제는 3남매를 모두 출가시키고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류 씨는 맨주먹으로 중국에 와도 본인 노력에 따라 중국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곳이지만 북한은 그런 희망이 없기 때문에 북한 화교들이 중국에 이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에 이주하는 북한 내 화교들이 늘어나고 북한 사람과 결혼한 화교의 자녀는 북한 공민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북한에서 화교 2세의 수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방 이후 최고 6만여 명에 이르던 북한 화교의 수는 2000년 당시 6천 명가량으로 파악된다고 중국의 조선족 언론 매체인 '요녕조선문보'가 밝힌 것을 고려하면 현재 북한 화교의 수는 그보다 더 감소한 5천 명 이하로 추정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