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중국라면 입맛에 길들여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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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산 라면이 북한에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독특한 향신료가 들어있어 북한주민들의 입맛에는 안 맞지만 한국 라면보다 값싸기 때문에 장마당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북한주민 입맛까지 중국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중국 단동해관 인근 한 식품점에서 상점 복무원(종업원)들이 20개 들이 라면상자 수십 개를 부지런히 마대에 옮겨 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다는 캉스푸(康師傅) 라면입니다. 이미 상자에 잘 포장되어있는데도 굳이 마대에 다시 포장하는 걸 보면 북한으로 나갈 물건임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대만기업이 생산하는 캉스푸 라면은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라면이지만 매운 맛을 선호하는 남북한 사람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습니다. 남북한을 막론하고 캉스푸 라면을 먹어본 사람들은 “너무 느끼하고 역한 향신료 냄새 때문에 먹기 거북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캉스푸 라면이 대량으로 북한에 들어갑니다. 북쪽과 거래하는 상점 주인들은 북한주민들이 한국라면을 좋아하지만 값이 비싸 상대적으로 싼 캉스푸 라면을 들여간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선양현지에서 생산하는 한국 신라면 한 봉지가 3.3위안, 캉스푸 라면은 2위안 정도입니다.

북한 신의주 출신 화교 왕 모 씨는 “처음 캉스푸 라면을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계속 먹다보면 이 맛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사실 북한 사람들 입맛에는 한국라면이 중국라면보다 훨씬 잘 맞지만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 한국라면은 잘 팔리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왕 씨는 그나마 중국라면도 북한 주민들 중 형편이 좀 나은 사람들이나 사먹을 수 있고 한국라면은 아예 고급음식에 속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왕 씨는 특히 “올해 모내기 전투기간에 중국라면이 많이 들어갔다”면서 “협동농장 모내기 전투에 지원 나온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라면을 내놓으면 반찬이 따로 필요 없고 먹는 사람들은 평소에 먹기 어려운, 귀한 음식이라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신의주 주민 류 모 씨도 “북한 장마당에서 중국현지 생산 한국라면도 팔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류 씨는 “중국에서 제조한 한국라면 포장에는 한글 표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중국 제품으로 알고 있으며 심지어 남한 물건의 판매를 단속하는 장마당 관리인도 단속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류 씨는 “값싼 중국 라면이 조선 장마당에 워낙 널리 퍼져있어 앞으로 북한주민들의 입맛까지 바꿔놓을지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