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추석이면 유골보관소 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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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미국의 탈북자는 12일 추석을 맞아 북한에서 가족, 친지와 보낸 추석이야기를 나누고 간소한 차례상도 올렸습니다. 평양출신 탈북자 김 모씨는 평양에서는 추석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유골보관소에서 가족과 친지의 유골을 찾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곤 했다고 전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평양출신으로 러시아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하던 김모씨는 12일 추석을 맞아 러시아의 유엔난민보호소에서 한국이나 미국 등 제3국으로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탈북자들과 북한에서 보낸 추석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일부 탈북자는 간소한 차례도 올렸다면서, 탈북하기 전에 평양에서 추석이면 장인의 유골을 찾기 위해 새벽부터 유골보관소에 줄을 섰던 기억을 회고했습니다.

(탈북자 김 모씨: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골함을) 집에 두길 꺼리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골보관소에 보관소에 유골함을 보관합니다. 한 개 구역에 인구가 많아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유골 보관소가 초만원을 이룹니다. 아침 일찍 6시~7시부터 출납하기 시작해서 제를 지내고 유골보관소에 다시 가져다 주면 하루 해가 저물곤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고난의 행군 이후 도로변이나 기찻길 옆 등 무덤이 늘어나면서 봉분을 금지하고 특히 2000년 초부터 평양시내에서 시신을 매장하지 말고 화장을 하도록 지시하면서 각 구역마다 유골보관소가 하나씩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추석이면 유골보관소에서 유골을 찾아 가까운 산이나 공원 등에서 차례를 지낸 후에 휴식을 취하곤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추석은 민족 명절이기도 하지만 평양 주민들은 각자 살고 있는 지역에 가까운 공원을 찾아가 휴식을 취하는 날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 조상에게 제를 지내는 의의도 있지만 가을이 시작되면서 가족과 함께 휴식도 하는 날이 추석입니다. 모란봉이 가까운 사람은 모란봉으로 가고, 대동강이 가까우면 대동강으로 가고…구태여 멀리 갈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날은 사람들이 다 휴식을 취하는 거죠.)

독일의 키엘대학교(University of Kiel) 지리학 교수를 지낸 에카르트 디거(Eckart Dege) 박사도 1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평양의 풍습에 관해 밝혔습니다.

(디거 박사: 제가 3년 전 추석때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제 통역을 담당한 사람이 장남이라는 것을 알고 차례를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평양에서는 모든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보관소에 유골함을 보관한다면서 자기가 일하러 나왔기 대문에 대신 남동생이 유골함을 찾아 공원으로 가서 차례를 지내고 가족과 소풍을 즐긴다고 하더군요. 저희가 모란봉에서 그런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북한을 총 9차례 방문했다는 디거 전 키엘대 교수는 청진 등 평양 이외 지역에서는 봉분을 봤지만 평양 안에는 봉분을 보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마영애 평양예술단장은 추석을 맞아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탈북자 구출하는 일로 달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 씨는 추석을 전후해 미국 동부의 필라델피아에서 탈북자들과 함께 순대를 팔아 하루 1천 500달러에서 1천 800달러를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마 씨는 이 돈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탈북자를 구출해 내는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