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조선실록 번역도 치열한 경쟁

0:00 / 0:00

앵커: 조선왕조실록이 내년이면 편찬 600주년이 됩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는 '리조실록' 그러니까 조선왕조실록은 남북이 한참 체제경쟁을 하던 1970년대에 국문 번역이 시작돼 90년대에 각각 완성됐습니다. 그러나 남북이 번역한 실록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기록유산에 한반도에서 나온 것만 9개가 있습니다.

기록유산의 숫자로 볼 때 아시아에서도 으뜸입니다. 세계기록유산이 하나도 없는 일본은 빼더라도 한반도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이 5개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 놀랍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9개 가운데 6개가 조선 시대에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훈민정음 해례본, 그리고 조선왕조의궤, 동의보감, 일성록이 그것입니다. 이 중 조선왕조실록은 가장 큰 자랑입니다.

북한에서 ‘리조실록’으로 불리는 조선왕조실록은 인류 역사상 단일왕조 역사서로서 가장 규모가 큰 책입니다. 전 세계가 ‘리조실록’을 이토록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요?

신승운 성균관대 교수: 역사기록으로서 연속성과 사실성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기록들은 대부분 한시적 기간만을 다루는데요. 조선왕조실록은 거의 연별, 월별, 날짜별로 거의 빠짐없이 사실적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남북이 분단된 이후 한국과 북한은 앞다투어 국문 번역에 착수했습니다. 한국은 1968년에 착수해 26년 만인 1993년에 413권으로 모두 완역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비록 한국보다 7년이 뒤진 1975년에 착수했지만, 1989년에 완역해 1991년에 총 400권으로 출간됐습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 북한에서 조선왕조실록 국역작업을 주도한 사람은 대산 홍기문 선생입니다. 홍기문은 역사소설 '임꺽정'의 저자이자 북한 초대내각 부수상을 지냈던 홍명희의 아들입니다. 홍기문은 책이 나온 이듬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남북이 번역한 실록에는 몇 가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례로 조정에 올리는 보고서들인 장계(狀啓)와 치계(馳啓)를 한국에서는 ‘장계하기를’, ‘치계하기를’ 이렇게 번역한 데 반해 북한은 그냥 다 같이 ‘보고’라는 말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광해군일기’를 중초본을 토대로 번역했는데 북한은 최종본인 정본을 근거로 번역했다는 점도 다릅니다. 또한 한국은 일제 강점기에 편찬된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을 제외했으나, 북한은 이 두 실록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도 남북한 간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역대본으로 한국은 태백산(太白山) 사고를, 북한은 적상산(赤裳山) 사고를 이용했습니다. 북한이 소장한 실록은 원래 일제강점기 때 서울장서각에 보관돼오다 6.25전쟁 때 김일성의 지시로 북한으로 가져가 현재 김일성종합대학에 소장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