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천안함이 북한의 도발로 침몰한 걸로 밝혀지자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에게도 그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의 북한 정권에 대한 반감이 탈북자들에게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철원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3월26일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천안함이 침몰합니다. 누구의 소행인지가 조사를 통해 밝혀지기 전부터 한국의 많은 언론은 북한을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4월20일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려 한 혐의로 북한 간첩 2명이 구속됩니다. 2만여 명의 탈북자 중에는 북한 정권이 보낸 간첩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부각됐습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남한 내 탈북자들은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어느 신문에 소개된 내용처럼 탈북자들은 "너희 북한은 왜 이래? 천안함에 탄 사람들이나 죽이고…" 이런 식의 농담 섞인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남한 대학생1
: 탈북자들이 사람들의 막말로 상처받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게 좀 안타까워요.
5월21일 탈북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 15명이 강원도 철원에 있는 어느 야영소에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루 전에는 한국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고는 북한이 저지른 도발 행위’라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이날 토론에서도 천안함 사태가 자연스럽게 주제 중 하나로 다뤄졌습니다.
남한 국민들 대다수가 북한의 도발 행위를 비난하는 분위기여서 탈북 대학생들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고 말합니다.
탈북 대학생1
: 저만의 선입견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처음 만난 모르는 사람과 (서로를) 소개하다가 “나는 북한에서 왔어요”라고 말하면, 예전에는 그냥 “힘든 곳에서 왔네”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천안함 사고가 터지고 나니까 ‘북한에서 왔어요’라고 말하면 이 사람들은 천안함 생각을 하게 될 거잖아요. ‘북한 족속들은 위험한 족속들이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서, 천안함이 터지고 나서는 저는 ‘북한에서 왔다’는 말을 잘 안 해요.
탈북 대학생들은 “남한 사람들이 대놓고 자신에게 눈총을 주거나 핀잔을 놓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남한의 친구들이 던지는 질문이 자신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고 탈북 대학생들은 토로합니다.
“왜 북한 정권이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생각하느냐?” 또는 “북한이 앞으로 전쟁을 일으킬 거라고 보느냐?” 이런 질문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탈북 대학생들은 “남한 친구들이 별다른 의도 없이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걸 안다”면서도 “마음이 답답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탈북 대학생2
: 어쨌든 우리도 대한민국의 국민인데… 우리에게 물어봤자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우리가 북한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그러니까 좀 궁금해도 일단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좀 하면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탈북 대학생들은 또 “이번 천안함 사태는 북한의 일반 주민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이 저질렀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일반 주민과 김정일 정권을 동일시하지 말아 달라는 겁니다. 이건 북한에서 온 자신과 같은 일반 탈북자들을 이번 천안함 사태와 연결짓지 말아 달라는 요청으로 이어졌습니다.
탈북 대학생들의 이 같은 고충과 부탁을 들은 남한의 어느 대학생은 탈북자들이 먼저 자신감을 가져 달라고 주문합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탈북자를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게 이 남한 대학생의 설명입니다.
남한 대학생2
: 여러분은 여기 이 땅을 밟은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분들입니다. 과거 북한에서 사셨든 어쨌든, 여러분은 현재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분들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인데, 왜 북한의 잘못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가…
이날 토론 행사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이 탈북 대학생을 위해 6월 말에 개최하는 3박4일짜리 지도자 교육 모임(리더쉽 캠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행됐습니다.
강원도 철원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