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이 학자는 "북한에서 만나 본 중간층의 관리들이나 주민들은 이념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고, 또 외부 세계와도 연계되기를 바라는 등 변화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면서 "이런 변화를 장려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많은 북한 사람들을 미국에 초청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미국 국무부가 나서서 대북 민간교류를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고 이 학자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2월 뉴욕 필하모닉 교향악단의 평양 공연처럼 민간 차원의 교류를 간헐적으로 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 공식 외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는 공식 민간교류는 없습니다.
근래 북한을 방문한 이 학자는 특히 북한 지도부도 대미 민간교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는 "미국의 일부 비정부 기구들이 북한 인사들을 초청하거나 북한에서도 여러 일을 하고 있고 유럽 사람들도 많이 간여하고 있다"면서 "중요한 사실은 이런 활동에 대해서 북한 지도부도 협조적이라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북한 지도부는 미국과 북한 간에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른 나라들, 특히 미국과 접촉을 넓히는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고 이 학자는 밝혔습니다.
이 학자는 북한을 방문해서 보고 접한 결과를 미국 정부 관리들에게 배경 설명을 했고, 이들도 "북한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범위에 관해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소개했습니다.
미국 관리들은 특히 "북한에서 벌어지는 경제 변화, 그리고 중간층 북한 주민들이 외국인을 상대할 때 보여준 태도의 변화에 관한 설명을 듣고 놀랐다"고 이 학자는 밝혔습니다.
이 학자는 한 가지 실례로 북한의 지도이념인 주체 사상에 대해 자신이 만나본 북한 주민들은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이 학자가 북한에 일주일 머무는 동안 그를 안내한 2명의 북한 감시원은 대화 내내 단 한마디도 이념 문제를 꺼내지 않았으며, 주로 만화영화나 유기 농법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이들은 미국의 유명한 만화영화인 'Lion King'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평양에 있는 만화영화제작소가 과거 이 미국 만화영화를 자체로 만들기도 했다는 점을 북한 관계자에게 들었다고 이 학자는 밝혔습니다.
이 학자는 또 평양의 주체탑을 방문했을 때 설명을 맡은 북한 여성의 파격적인 태도에 관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당시 한복을 입은 20대의 여성이 주체탑에 관해 설명하는데 "뻔히 2명의 감시원이 있는 줄 알면서도 겁먹지 않고 자기가 하는 설명이지만 스스로도 못 믿겠다는 표정과 몸짓을 보였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학자는 이어 "이번에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평양 주민들이었지만, 이념에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좀 더 넓은 세계와 부딪치면서도 재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지난 1980년대 후반 구소련에서 있을 때도 이번에 북한에서 겪은 것과 같은 현상을 겪었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 그들이 느끼는 중요한 점은 자신들의 복지(well-being)가 종전과 같은 구체제(old system)에 달려 있지 않으며, 체제가 바뀌면 더 잘 살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학자는 이어 "북한 최고위층은 변화가 닥치면 가장 많은 것을 잃기 때문에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중간층은 변화를 바라고 있음이 분명하다"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이 같은 변화를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학자는 구체적으로 북한 핵 문제와 같은 정치, 군사적인 문제와는 별도로 "오바마 행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되 많은 민간 기구가 참여하는 대북 민간교류를 적극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