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장관 아시아 순방에 엇갈린 평가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남한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 순방을 마쳤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지만 일각에서는 클린턴 장관의 일부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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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취임 후 처음 나선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남한과 미국 사이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면서 북한과 관련해 주변국이 가지고 있는 여러 우려 사안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는 미북관계의 개선도 없다는 원칙을 확실히 밝혀 미국과 남한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 의도에 쐐기를 박았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의 미첼 리스 전 국무부 기획조정실장의 말입니다.

Reiss: 클린턴 장관은 남한과 굳건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했고 북한의 대남 비방에 대해서도 미국과 남한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는 말로 북한에 경고를 보냈습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하면서 미국 최고의 외교관 중 한 명인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사를 6자회담을 이끌 대표로 임명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클린턴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리스 전 실장은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 중 특히 주목을 받았던 북한의 후계 구도와 관련한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이 항상 논의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언급한 말로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남한을 방문하기 전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후계 구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긴장이 고조될 수 있고 주변국들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도 클린턴 장관의 이 발언은 적절했다고 말했습니다.

Glaser: 개인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러한 논의를 통해 북한 정부가 좀 더 투명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나라도 북한의 내부 사정을 잘 알기 어렵고 우리는 북한에 사는 주민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클린턴 장관의 발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이번 클린턴 장관의 아시아 순방은 아시아를 중시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밝히고 순방국의 입장을 청취하는 차원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6자회담을 재개해 북한과 협상에 나서기에 앞서 동맹국인 남한, 그리고 일본과 먼저 의견을 조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클린턴 장관이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앞으로 북한과 하는 협상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행동이나 발언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리언 시걸(Leon Sigal) 박사는 클린턴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을 면담한 일과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해 언급한 점, 그리고 북한을 폭정(tyranny) 국가로 규정한 말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남한을 방문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 후 발언을 통해 남한의 민주주의와 번영의 성취는 북한의 폭정, 그리고 빈곤과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Now the Republic of Korea's achievement of democracy and prosperity stands in stark contrast to the tyranny and poverty across the border to the North.)

시걸 박사는 클린턴 장관의 ‘폭정’ 관련 발언에 대해 상원의원의 신분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국무부 장관의 발언은 ‘정치적 함의(political implication)’가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과 협상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를 비롯한 미국의 언론 매체는 대체로 클린턴 장관의 아시아 순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클린턴 장관이 남한과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대체로 환대를 받았다면서 그가 아시아에 ‘새로운 미국’을 소개하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클린턴 장관이 이번 순방에서 보인 솔직하고 대담한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버마에 대한 제재의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고 중국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미국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 점, 그리고 북한의 후계 구도를 언급한 점은 미국 외교의 관행을 깼다는 측면에서 미국 의회나 여론의 비판을 유발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