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장관 방한 발언 Q/A] “북한 지도부 변화 가능성 첫 공개 언급”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19일 남한을 방문하면서 북한의 권력 승계를 비롯한 여러 가지 현안에 중요한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클린턴 장관이 북한과 관련해 발언한 주요 내용과 그 의미를 양성원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문:

클린턴 장관의 발언 중 가장 눈에 띄는 말은 역시 북한의 권력 승계 문제와 관련된 사안이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인도네시아에서 남한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작심한 듯 북한의 불명확한 후계 구도와 그로 비롯될 수 있는 혼란에 대해 말을 꺼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의 말을 살펴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를 둘러싸고 내부에서 권력 투쟁이 진행될 수 있고 이렇게 북한의 지도체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주변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어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또 권력이 이양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나올 수 있으니 이러한 여러 불확실성을 고려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전략을 신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클린턴 장관의 발언 요지였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행동에 효과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나름의 구상을 하고 있지만 남한과 중국의 구상도 듣고 싶고 남한과 중국하고도 그 책임을 공유하고 싶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문:

우선 클린턴 장관의 이번 발언의 의미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답:

일단 이번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최고위급 당국자가 처음으로 북한 지도부의 변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는 20일 클린턴 장관이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비공식적인 금기를 깼다고 지적하고 이 발언이 중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는 초보자로서 실수인지, 아니면 지난 8년 동안의 외교적 교착 상황을 뒤흔드는 새로운 솔직함을 보여준 일인지 의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클린턴 장관이 실수로 이런 발언을 했다기보다 작심하고 의도적으로 내놓은 발언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특히 클린턴 장관의 이번 발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이 불거진 이후 북한 내부에서 후계 체제와 관련된 논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또 북한이 최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나온 언급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문:

그렇다면 클린턴 장관이 어떤 의사를 표현하고 싶었는지 그러니까 이런 발언을 내놓은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답:

일단 클린턴 장관의 발언 내용을 글자 그대로 해석해 본다면 북한이 후계 구도와 관련해 여러 가지로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이니까 남한, 그리고 중국과 이른바 ‘포스트 김정일’ 다시 말해 김정일 이후 나타날 체제 변화의 가능성을 논의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클린턴 장관의 발언이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말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에는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적인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고요. 또 중국에는 북한의 후계 체제나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한 논의에 미온적인 중국하고도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중국도 적극적으로 ‘김정일 이후’를 고려해야 한다는 압박성의 발언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시 북한의 핵이 통제불능에 빠질 가능성을 주목해 북한 핵문제의 시급성을 상기시키고 주변국들과 그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이번 클린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한데요.

답:

북한의 반응은 아직 알려진 게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클린턴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확대해 해석돼는 상황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한 발언 때문에 북한이 반발할 게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우려는 없다고 잘라 말하며 자신은 어떤 비밀 정보를 얘기한 것이 아니며 미국이 비상사태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그저 원론적인 차원의 발언이라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데로 클린턴 장관의 발언을 그저 원론적인 말로만 치부할 수 없고 또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후계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클린턴 장관의 발언에 북한도 내심 불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후계 구도와 관련한 발언 외에도 여러 중요한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우선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과 관련해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절대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또 북한이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비롯한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남북대화에 응하라고 촉구했는데요. 특히 북한이 남한을 비난하고 대화를 거부하면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 간 공조가 견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클린턴 장관은 한미 두 나라가 북한 문제에서 한마음이라면서 그것은 6자회담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는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남한의 외교 당국자는 이번 클린턴 장관의 남한 방문에 대해 한미동맹의 틀을 잡고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문:

클린턴 장관은 서울을 방문해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를 미국의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외국 정부의 최고위급 당국자와 교류할 수 있는 노련한 외교관이라면서 앞으로 그가 북한을 비롯한 관련국과 고위급 교류를 촉진하리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보즈워스 전 대사의 특별대표 임명이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굳이 서울에 와서 이를 공식적으로 밝힌 일은 미국이 조건만 충족된다면 북한과 양자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습니다.

MC:

클린턴 장관이 남한을 방문해 내놓은 발언의 의미와 배경에 관해 양성원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