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총리 "유사시 한반도에 자위대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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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가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 납북자를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에 대해 한국 측과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10일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유사시 북한에 있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간 총리는 이어 "자위대가 한국 내부를 통과해 납치 피해자들을 구출 할 수 있는 규칙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경우를 상정해서 자위대가 구출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한일 간에 협의가 필요하다고"말하면서 "지금 한국 측과 몇 가지 논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위대 파견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자 간 총리는 11일 "지금 당장 자위대 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시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서면서 "자위대 수송기 등이 한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국과 협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간 총리가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에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는 깜짝 발언을 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이전부터 "북한에 자위대 기를 파견해서 납북자들을 탈환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해 왔습니다.

납치 피해자 가족을 지원하는 초당파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납치 의원 연맹'도 지난 10월 중순에 열린 총회에서 "북한의 권력 승계에 따른 내부 혼란이 일어날 경우 자위대를 파견해서 북한에 있는 납치 피해자를 구출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제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연평도 포격 사태가 발생한 직후 간 총리는 한국에 있는 일본인 철수 대책 및 문제점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습니다. 그런 뒤 간 총리는 자신의 내각이 적극적으로 납치 문제 해결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만났습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간 총리가 '한국에 있는 일본인 철수 문제'와 '납치 피해자 가족의 요청'을 혼동한 것 같다는 게 요미우리 신문의 해석입니다.

간 총리 발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13일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고, 정부 내에서 전혀 검토되지도 않았다"며 한국과 협의를 검토하고 있다는 총리 발언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고 있는 일본인이 2만8천명에 이릅니다. 단기 관광객도 많을 땐 하루 최고 5만 명에 달합니다. 일본정부는 만약의 경우 한국에 거주 또는 체재하는 일본인들을 안전하게 철수시키기 위해 자위대 법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개정된 자위대 법(제84조3항)은 수송의 안전이 확보된 경우에 한해 즉 평시에 한해 자위대가 일본인을 구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은 최근 국회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자위대 법을 신속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견하는 것은 헌법의 '전수 방어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입니다.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당수는 12일 "일본을 전쟁에 돌입시키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뜬금 없는 소리'라는 반응입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언론에 "자위대 파견은 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며, 한국의 국민 감정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견하는 목적이 생사와 소재조차 알 수 없는 일본인 납북자를 구출한다는 명목이라면 한국의 여론이 더 크게 반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도쿄에서 RFA 채명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