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만든 ‘느릅냉면’ 일본 진출

남한에서 탈북자들이 만든 북한식 ‘느릅냉면’이 이제 남한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판매될 날이 멀지 않은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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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서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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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냉면 생산 공장.사진-백두식품 제공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냉면 생산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즘 멈출줄 모릅니다. 3월부터 냉면의 수요가 늘기 시작해 8월까지 전체 매출의 반 이상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식 느릅냉면과 느릅찐빵 그리고 느릅차를 만드는 백두식품은 올해 판매 지역을 해외로 넓힌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습니다. 백두식품의 이춘삼 대표입니다.

이춘삼: 일본에 냉면을 수출하려고 견본을 보내고 현재 협상 중입니다. 국내 판매는 물론 냉면을 가지고 세계로 나가야죠.

백두신품은 9년 전 러시아 벌목공으로 일했던 탈북자 7명이 뜻을 모아 남한에서 대관령 식품이란 이름으로 북한식 냉면을 만들면서 출발했습니다. 그 후 2004년부터 상호를 백두식품으로 바꿔 내실이 탄탄한 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현재 백두식품 회사의 규모는 남한 전역에 냉면을 직접 받아서 판매하는 가게, 즉 대리점이 13개로 연 매출액은 10억 원, 미화로 100만 달러 정도 됩니다. 북한에선 소문난 건강식품인 느릅을 재료로 해서 만든 냉면은 남한에서도 인기가 최고지만 백두식품은 고객을 두루 확보하기 위해 제품을 다양화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이춘삼: 느릅이 백두회사를 있게 한 효자상품입니다. 그걸 토대로 요즘은 녹차냉면, 칙냉면, 부추냉면 등을 추가했습니다.

공장에 5명, 식당에 2명 그리고 영업사원까지 합해서 13명의 탈북자가 일하는 탈북자들의 자활 공동체. 이 대표는 백두식품이 남한정부에서도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을 받은 만큼 가능하면 직원으로 탈북자를 우선 뽑고, 그 다음에 지역 주민을 채용한다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탈북자가 남한에서 직업을 갖는 데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니까 탈북자가 만든 회사인 백두식품이 같은 탈북자에게 직업을 찾아 주는 데 앞장서겠다는 말입니다. 백두식품은 최근 맛있어서 행복한 세상이라는 말을 풀어 ‘미소누리’라는 브랜드 네임, 즉 상표로써 자기 회사의 제품을 다른 회사 제품보다 돋보이게 하는 이름도 만들어 인터넷 홍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전화주문이나 통신판매는 하나의 전략으로 이 대표는 땀을 흘리며 고객을 직접 만나는 기존의 판매 방식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춘삼: 발로 뛰고 있습니다. 시식을 권하고 맛있으면 사라는 거죠. 식당에도 냉면을 보내서 맛있으면 주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공영방송에서도 홍보를 많이 해주지만 소비자들은 맛을 직접 봐야 제품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냉면 기계가 2대, 육수 기계가 1대, 빵 만드는 기계가 1대가 쉼 없이 돌아가면서 요즘 만들어 내는 상품은 냉면이 하루에 약 100상자 그리고 빵은 6천 개가 됩니다. 작은 공장의 제한된 공간이지만 백두식품 공장에선 남북한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어울려 일하는 곳입니다. 백두식품에서 일한 지 4년 정도 됐다는 노 순점 반장입니다.

노순점: 너무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북한 생활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우린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고 가끔씩 노래도 부르면서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같은 작업반에서 일하는 탈북 여성도 열심히 일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직장에 만족하면서 자신이 백두식품에서 일하게 된 배경과 생활을 소개했습니다.

탈북 여성: 남편 친구 분이 여기서 일합니다. 그분 소개로 일하게 됐습니다. 1년이 좀 지났는데 집에 들어갈 땐 피곤해도 일 나오면 또 재밌게 일하면서 피곤이 다 풀립니다.

땀 흘려 일하고 그 대가를 받으면서 생활하는 데 불만이 있을 수 없다는 이 탈북 여성의 말처럼 남한에서 탈북자들은 출신 성분이나 자신의 배경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고 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