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반도를 엄습한 강추위가 여러 날 째 계속되면서 평양시내 곳곳에서 동파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병원과 사회봉사시설에 대한 난방과 전력공급 체계가 허술해 주민들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를 뒤덮은 찬 대륙 고기압이 북한 전역을 꽁꽁 얼구고 있습니다.
복수의 북한 주민들은 한 달 째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병원과 살림집의 온수관이 얼어 터져 사람들이 2중고를 겪고 있다고 1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한 평양 주민은 "평양에서 이름 있는 중앙병원인 김만유 병원에도 보일러 온수가 돌지 않아 관이 동파되어 환자들이 병실을 옮기는 등 난리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김만유 병원은 공급이 괜찮은데도 치솟는 석탄가격 때문에 자체 보일러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자, 벽을 따라 설치된 관의 물이 돌지 못하고 얼어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천리안 태양관측 위성이 지난 3일 촬영한 남포항 일대도 해안에서 50km 이상이 꽁꽁 얼어붙는 등 매서운 한파가 평양 일대를 얼구고 있습니다.
김만유 병원은 동평양화력발전소에서 날라 온 온수를 병원 보일러실에서 2차로 덥혀 각 병실로 공급하는 난방 체계지만, 석탄 1톤 가격이 40달러 이상 오르면서 보일러의 불을 지피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주민은 "평양의 구역 병원들에서도 얼마나 추운지 의사들이 동복과 솜바지를 입고 일한다"면서 "잦은 정전으로 주사실 소독기마저 끓이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화력발전소와 멀리 떨어진 사동구역 인민병원에서는 수도관이 동파되어 의사들이 주변 민가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쓰는 등 정전과 수돗물 중단까지 겹쳐 환자들이 2중고를 겪고 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이 주민은 "병원에 공급되는 전기도 정격전압의 절반도 안되는 100V밖에 안 돼 초음파와 물리치료실의 기계들도 돌리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평양시내 살림집들도 추위 때문에 곤혹을 치르기는 마찬가집니다.
평양시 만경대구역 사정에 밝은 다른 소식통도 "이번 추위로 만경대 구역 40층 아파트에서 물관이 동파되어 난리 났다"면서 "제일 걱정은 산모들인데, 이들은 방이 너무 추워 침대 위에 작은 비닐 주머니를 만들어 그 안에 아기를 보관하고 있다"고 말해 평양의 혹한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소식통은 "평양화력발전소의 온수가 미치지 못하는 만경대 구역과 광복거리 일대의 주민들은 너무 추워 주변 야산과 공원에서 낙엽을 긁어다 베란다에 난로를 차려놓고 방안 온기를 보장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지역 주민들은 겨울이 되면 온수 생각을 아예 하지도 않는다"면서 "차라리 온수관 물을 다 뽑아 동파라도 막았으면 좋겠다고 터놓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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