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아파트 붕괴 김정은 책임 안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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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평양시에서 발생한 고층 아파트 붕괴사고를 몇 몇 간부들의 잘못이라고 사과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옮겨갈 수 있는 책임문제를 서둘러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매체는 지난 18일 수백 명의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을 비롯한 북한 간부들이 시민들과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고위간부가 주민들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북한 역사상 유례없는 모습이지만, 이런 공개사과는 사실상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탈북여성:
그 집이 잘 됐으면 김정은 원수님 사랑이라고 선전하겠는데, (사고가)내 탓이라고 할 수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평양시민들에게 이것을 사과하지 않고 넘어가면 마음이 떠나갈 것 같다는 생각에…

이 탈북여성은 북한 간부들의 공개사과 이면에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쏠리는 주민들의 불만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북한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외부에서 들여보내는 북한내부 소식"이라며 "만일 이 사실을 숨겼다가 들통 날 경우, 김정은에 대한 핵심계층의 불만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먼저 토론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은 "이번 사고의 책임은 조선노동당(김정은)의 인민사랑의 정치를 잘 받들지 못한 자신에게 있다"고 비판했고, 또 공사를 담당했던 선우형철 인민내무군 장령도 "공사를 날림식으로 하여 오늘과 같은 엄중한 사고를 빚었다"며 사고 당사자가 자신임을 시인했습니다.

북한 간부들의 이러한 공개 사과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하다고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사과를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상황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정치적인 측면에 무게를 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노린 것이라면 당연히 사상자 수와 피해규모 등을 공개했겠지만, 북한은 몇 몇 간부들을 비판시키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있어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또,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에게 어떻게 보상해주겠다는 약속이나 구체적인 대책도 없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티우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북한은 역대적으로 최고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스칼라티우 총장: 북한 지도부가 절대 책임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희생양 한 두 세 명만 찾아내서 그 사람들을 처벌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 실례로 "지난 2009년에 진행된 화폐개혁 때도 북한 당국은 실패의 책임을 박남기에게 들씌워 공개 총살했다"면서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스칼라티우 총장은 지적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마식령 속도'라는 공사기일 단축 구호를 제시하고 1년 사이에 대규모 스키 리조트를 건설하는 등 건설에서 '속도전을 부단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축구경기를 관람하면서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보였고, 또 대성산 종합병원을 찾아서도 활짝 웃는 등 '인민애'를 과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