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평양시 평천구역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는 엉터리 공사에 따른 '예고된 참사'란 지적입니다. 북한이 최근 강성대국의 상징으로 건설한 평양 내 다른 아파트들도 부실공사에 따른 붕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전합니다.
지난 13일 발생한 평천구역 내 23층 아파트의 붕괴원인으로 부실공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2012년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에 맞춰 강성대국의 상징으로 추진했던 평양 시내 다른 아파트 공사도 대부분 엉터리였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평양의 대동강 구역과 만경대 구역에 지어진 고층 아파트가 자재·건설장비의 부족, 전문성의 결여, 부정부패 등 3대 악재로 부실 시공된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확인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2011년, 당시 아파트 공사 현장을 직접 확인한 '아시아프레스' 측은 건설 현장에 자재는 물론 크레인과 같은 중장비가 매우 부족했고 건설 공법과 기술도 뒤떨어져 공사가 엉터리로 진행됐으며 이로 인해 건물이 휘는가 하면 창문의 위치도 제각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아주 가까이 찍은 영상을 보면 공사가 아주 엉터리라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일단 건물 자체가 휘어 있고, 창문틀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창문의 위치가 층마다 달라요. '이런 건물에서 살아야 하는가?'라고 느낄 정도로 현장 가까이에서 보면 건설 자체가 엉터리입니다.
당시 건설 현장에 동원된 인력 중에는 북한 무역성 산하 대외건설지도국의 노동자를 제외하고는 건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학생과 군인, 돌격대 청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또 건설 자재와 중장비가 부족해 건설 공법과 기술이 뒤떨어져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시멘트와 철근 등 공사 자재를 간부들이 장마당에 내다 파는 부정부패로 정작 아파트에는 자재가 충분히 쓰이지 못했습니다.
[Ishimaru Jiro] 현지 기자도 지적했는데요,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너무 심하니까 시멘트와 철근 자재를 장마당에 내다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강도가 약하다는 거죠. 예를 들어 콘크리트를 만들어도 시멘트의 양을 줄이고 흙과 물을 늘리면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죠.
실제로 평양의 만경대 구역에 지어진 40층 이상 고층아파트와 대동강 유역의 25~30층 아파트의 건설 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언젠가는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이번 아파트 붕괴 원인으로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 공사를 되는 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났다"고 자인했습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평양 내 대규모 아파트 공사를 시작했으며 2009년부터는 '평양 내 10만 호 살림집 건설' 명목으로 이번에 아파트가 붕괴한 평천 구역을 비롯해 만경대와 형제산, 보통강, 낙랑, 모란봉 등 13개 구역에서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자재·건설장비의 부족과 전문성이 결여된 가운데 무리한 건설 계획에 따라 속도전을 앞세운 성급한 시공, 여기에 부정부패까지 겹친 악재 등으로 또 다른 아파트의 붕괴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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