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북한의 대학들을 돌아보고 온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지난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평양의 대학들에 내린 장기 휴교령은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에서도 전례가 없는 인재의 낭비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올해 대학 신입생도 모집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러시아 과학원의 게오르기 톨로라야(Georgy Toloraya) 한국연구소장은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등 건설 현장에 대학생을 투입하기 위해 10개월이 넘게 휴교령을 내린 것은 북한의 고급 인력 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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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로라야 소장
: 구 소련에서는 1년이나 2년 간 병역의 의무가 있었지만, 대학생은 가장 확실하게 군복무를 면제받았습니다. 고등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을 장려하는 조치입니다. 북한은 그런 제도가 없고 공부해야할 대학생을 평양의 10만 세대 건설 현장 등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1년 가까이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북한의 전문 인력의 질이 떨어질 것은 분명하죠.)
톨로라야 소장은 지난주 러시아와 북한 간의 친선을 기념하는 행사차 북한을 방문해 대학을 몇 군데 돌아봤는데 대학생은 건설 현장에 나가고 없고 대학 교수들은 고등학생을 데리고 특별수업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대학에서는 올해 신입생 모집도 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언어나 음악 또는 복잡한 전문지식을 꾸준히 연마해야 할 학생들이 두뇌를 개발하지 않고 단순 노동에 투입되는 것은 개인 뿐 아니라 국가로서도 손실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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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로라야 소장
: 북한이 올해 신입생도 받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교수들이 텅빈 대학에서 고등학생들에게 특별수업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대학들만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이 같은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앞서 영국 리즈 대학(Leeds University)의 아이단 포스터-카터(Aidan Foster-Carter) 명예사회과학 연구원도 북한 경제가 나쁠수록 두뇌 집단인 대학생을 효율적인 경제 회생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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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단 포스터-카터
: 중국이나 버마와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대학 휴교령을 내린 경우는 있지만 북한의 경우처럼 건설현장에 내몰기 위해 장기 휴교한 예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두뇌를 사용해야할 대학생을 육체노동에 동원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한편, 유럽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의 루디거 프랑크(Ruediger Frank)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사회주의 체제에서 힘든 노동을 시켜 불만을 잠재우는 일이 드물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지식인이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북한 체제의 결함으로 인해 궁극적으로 북한이 붕괴되거나 개혁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