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행 열차에 실은 통일염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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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누구에게나 졸업식은 뜻 깊고 기억에 많이 남죠? 2월에 남한의 학교들은 졸업식과 입학식으로 분주한데요.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셋넷학교'는 특별한 졸업식을 가졌습니다.

서울에서 장소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1일 오전,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하나둘씩 서울역에 모여듭니다. 특별한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셋넷학교는 서울역에서 북녘을 향해 떠나는 경의선 열차를 타고 가면서 졸업식 행사를 치르기로 했습니다.


(어디 있어요? 자 일단 앉아주세요 지금 우리가 지하철 안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가지는 못하지만 고향을 가보자 하는 심정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이 열차를 탄겁니다. 그렇죠? 고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도 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달리는 경의선 열차 안에서 셋넷학교 교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졸업식이 시작됩니다.

(오늘 너무 맑은 하늘 따뜻해진 날씨 너무너무 좋습니다. 셋넷학교 교가 ‘뭉게구름’을 다같이 부르면서 뜻 깊은 졸업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로 6기 졸업생을 배출하는 셋넷학교는 적령기에 공부를 하지 못한 탈북 학생들의 학업과 남한 사회 적응을 돕고 있습니다.

이 학교 졸업생 중에는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번에 졸업하는 3명의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모두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이들은 검은색 졸업식 가운을 입고 나와 차례로 졸업장을 받습니다.

(졸업장 수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성명... 위 사람은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여 소정의 과정을 수료하였기에 졸업장을 드립니다.)

자유총연맹 영등포지구, 한국오카리나 협회, 한국청년정책연구소에서 준비한 선물과 격려금도 전달됐습니다.

탈북청소년들의 한국정착과 교육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무지개 청소년센터에서는 아름다운 무지개빛 꿈을 열어가는 데 모범이 된 졸업생 김소연 씨에게 무지개상장을 수여했습니다. 졸업 축하를 받은 졸업생들의 소감도 이어집니다.

많은 탈북자들과 마찬가지로 탈북 과정에서 부모형제들과 헤어지고 어렵게 살아온 이들에게 늦깍이 졸업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이은별, 김소연 양과 강용수 군의 말입니다.

이은별

: 안녕하세요? 셋넷학교 졸업생 이은별입니다. 열차에서 한다고 하니까 지금 보니까 떨리구요 다시는 돌아올거 같지 않은 좋은 경험인거 같아요. 졸업 후에 숭실여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구요 한국와서 처음 생각했던 직업이 그거라서 쭈욱.... 그걸로 이런 것도 추억이 될 수 있고 학교에서 뮤지컬 같은 거 하는데 저는 3번을 했어요. 저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김소연

: 나이도 많지만 지금 졸업 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나고 떨리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 내가 해냈다는 기쁨과 대학생활을 할 수 있는 바탕을 셋넷학교 에서 많이 잡고 간다는 생각에 대단함이 느껴져요. 올해 목표는 영어를 어느 정도 끌어올리고 싶은 거예요.


강용수

: 안녕하세요? 셋넷학교 졸업생 강용수입니다. 저도 졸업식을 몇번 보긴 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처음이고 달리는 기차에서 하니까 기분이 좋네요 .임진각은 제가 한국에 와서 한번도 가본적은 없는데요. 북한과 가까운 곳에 가니까 즐겁게 가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재학생들은 떠나는 졸업생들을 위해 각자가 마련한 선물을 전달하고, 축가를 부르며 졸업을 축하했습니다.

(졸업축하 합니다…)

어느덧 도착한 목적지인 도라산역!

군사분계지역 안에 있는 도라산역에 도착한 참석자들은 함께 북한 땅을 바라보며 고향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합니다.

학생 1

:어데 있든지 최선을 다해서 살고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학생 2

: 한국 왔으면 좋겠어요. 거기보다 여기가 살기가 좀 편하니까 여기 와서 고생을 덜했으면 좋겠어요.

셋넷학교의 박상영 교장은 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또 다른 시작을 맞는 졸업생들에게 자신 있게 세상에 맞서라고 당부했습니다.

박상영

: 여섯 번째 추수를 끝냈습니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 아이들이 낯선 곳에서 공부하기도 힘든데 또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새로운 세계에로 진출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니까 제가 뿌듯하고 보람 있습니다. 좀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한친구들처럼 따라 하지 말고 자기가 해왔던 거처럼 그걸 자신 있게 당당하게 사는 게 어떤 직업을 갖는 것 보다 제일 중요할거 같아요. 소연아 영수야 은별아 당당하게 너의 세상을 맞서라. 그 속 에서 당당하게 유연하게 사람과 사물을 사랑해야 한단다.

이 날 특별한 졸업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경의선 열차를 타고 북녘 땅까지 달려가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