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보위부-보위총국 첨예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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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기관의 양대 축으로 불리는 보위부와 보위총국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 지역 한 간부의 구속여부를 놓고 대립하던 두 권력기관은 서로 상대방의 비리를 들춰내 비난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전면전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주민통제의 양대 축으로 불리는 북한 국가보위부 산하 1118상무와 인민무력부 산하 보위총국이 양강도 혜산시에서 한 주민의 구속문제를 놓고 막무가내의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두 기관의 권력투쟁 양상은 후계자 김정은에게까지 보고됐다고 하는데 과연 이번 싸움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고 어느 쪽이 피해를 보게 될지에 양강도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부정축재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인물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에 이어 ‘사건 심의서’까지 두 기관이 제 각각 만들어 후계자 김정은에게 보고했는데 김정은이 누구의 편을 들어 주는가에 따라 어느 한쪽은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 도 있다는 얘깁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도 체육관 관장 사건을 놓고 도 보위부와 보위총국의 싸움이 극에 달했다”며 “현재 체육관 관장은 보위부에 의해 가택에 연금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체육관 관장 사건을 놓고 국가보위부와 보위총국 간부들이 연이어 내려와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가보위부가 이번 기회에 보위총국을 때려잡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도 체육관 관장사건’은 올해 3월 양강도 주재 보위총국 검열대가 도 체육관 관장을 부정축재와 간첩 혐의로 체포하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체육관 관장이 체포되자 주민들 속에서는 올해 1월, 혜산시 혜장동에서 발생한 반체제 삐라살포사건과 주변에서 일어난 여러 건의 방화사건이 모두 그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근거 없이 확산된 소문과는 달리 양강도 주재 보위총국 검열대는 5월 말경 그를 무죄로 석방했고 가택수색과정에서 나온 적지 않은 외화도 중국에 있는 친척들과 장사거래를 해서 얻은 수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일단락 지어진 것 같던 사건은 올해 7월, 국가보위부 산하 검열대인 ‘1118상무’가 불법적인 한국 영화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도 체육관 관장을 한국 영화를 유포시킨 혐의로 체포하면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1118상무’는 중국에 있는 도 체육관 관장의 친척들이 한국 안기부(국가정보원)의 간첩들이며 그들로부터 돈을 받고 체육관 관장이 북한의 비밀들을 넘겨주었다는 혐의를 씌웠다는 것입니다.

이에 격분한 ‘보위총국’ 관련자들이 양강도 보위부가 사건을 날조해냈다고 들고 일어났고 도 보위부는 국가보위부 간부들까지 총 동원해 보위총국이 뇌물을 받고 그를 풀어주었다고 맞서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크게 번졌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보위총국이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며 보위부로부터 체육관 관장을 넘겨받은 후 고문에 의한 거짓자백을 했다는 진술서를 받아내고 그를 석방하자 국가보위부가 ‘사건 심의서’를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하고 체육관장 집 주변을 에워싼 채 주야 감시를 벌리면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들은 “이제 사건의 결말은 김정은의 결정에 달려 있다”면서도 “사법 기관들이 저마다 검열대들을 만들어 내면서 요즘 들어 이런 싸움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말해 주민단속 권한을 지키기 위한 북한사법기관들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