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헌법 해석 변경 검토

일본 정부가 미국을 향해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금지하는 현행 헌법의 해석을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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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아소 다로 총리는 23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적인 자문기관인 '안전보장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의 대표를 지냈던 야나기이 슌지 전 주미 대사를 만나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문제에 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야나기이 전 대사는 이 자리에서 헌법에서 금지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현행 헌법의 해석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소 총리는 "간담회가 제출한 보고서가 그대로 방치돼 있어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면서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 시절에 설치된 간담회는 "공해상에서 미군 함정을 보호하고, 미국을 표적으로 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정부의 견해를 변경하면 현행 헌법 하에서도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에게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다나카 가쿠에이 내각 시절인 72년10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갖고 있지만, 실제로 발동해서 행사하는 행위는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때 내린 유권 해석에 따라 역대 내각은 "개별적 자위권을 발동해 일본열도를 노린 탄도 미사일은 요격할 수 있지만, 미국을 표적으로 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행위는 헌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일방위협력 지침'의 개정을 계기로 "한반도와 대만 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 자위대가 미군과 협력해서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소말리아의 해적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비등해 짐에 따라 아소 내각에서도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현행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헌법 해석만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자민당의 움직임에 반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소 내각은 "국민의 8할 이상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위협을 느낀다"는 여론 조사의 힘을 빌려 헌법 해석을 변경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헌법 해석을 변경할 경우, 일본은 미국을 향해 날아가는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유사시에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