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민, 각종 지원물자 공출에 불만

0:00 / 0:00

앵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국제적인 미감에 맞는 여러 가지 토목공사들을 벌여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뻔질나게 지원물자를 걷어 주민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강원도 산악지대에 건설되는 마식령 스키장.

얼마 전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평양시 성, 중앙기관, 공장 기업소들에서 각종 지원물자를 싣고 건설장으로 달려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 녹취: 군대를 위하는 뜨거운 원호물자를 10여대의 화물자동차에 나누어 싣고 현지에 도착한 이들은...

하지만, 이처럼 마식령 스키장과 같이 국가적 범위에서 추진되는 토목공사들을 지원하느라 주민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은 최근 고조되는 세부담에 대한 민심을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한 평양 주민은 "공장 기업소별로 매일 같이 지원물자를 내라고 포치(지시)한다"면서 "가정부인들은 아침에 인민반장이 문을 두드리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마식령 스키장 건설장에 동원된 1군단, 5군단 군인들은 굴착기나 불도젤은 고사하고 맨손만 가지고 나왔다"면서 "얼마 전에는 인민반장들이 등짐으로 흙을 나를 수 있는 마대를 내라고 또 포치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평양의 한 공장에 다닌다는 자신의 남편은 삽과 맞들이, 장갑을 내라는 과제를 받고 집에 돌아와 모두 장마당에 나가 돈을 주고 사다가 바쳤다고 터놓았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대자연개조운동, 국제적인 스키장 건설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지시하고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상 개인들의 지원물자가 없으면 짓지 못한다는 비난이 주민들 속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 당국은 이 같은 건설자재를 충당하기 위해 각 세대별로 한 달에 한 번씩 빈 병 10개, 파고철 5kg씩 내라고 수매과제를 내려 보내는데, 현물이 없어 각 가정에서는 빈 병 열 개짜리 수매증을 사다가 바치고 있습니다.

이 소식통은 현재 장마당에서 빈병 10개짜리 수매증은 1천500원, 파철 5kg짜리 수매증은 1천원에 팔리고 있다면서 북한당국이 지원물자 과제를 늘이자, 장마당에는 지원물자를 대체해주는 수매증 상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현재 장마당에서는 돈이 잘 돌아가지만, 대부분의 공장은 가동을 멈추었다"며 이렇게 일감이 없어 노는 남편들을 위해 아내들은 자신들이 장마당에서 번 돈 가운데 일부를 떼서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된 황해북도의 한 주민도 "공장 기업소에서는 세포등판과 스키장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내는 사람들에게 출근한 것처럼 만들어준다"며 개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국가적 공사를 벌이는 김정은 제1비서의 '앵벌이식' 건설방식을 비난했습니다.

평양에서 대학을 다녔던 한 탈북자는 "대학에서 소대장, 부소대장만 되어도 지원물자 대상에서 면제된다"면서 "명색(명목)상 세금 없는 나라라고 선전하는 북한에서 지원물자 제도는 봉건사회에서 말하는 현물세 제도나 다름이 없다"고 비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