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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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남북관계 관련 토론회에서 남북한의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불안정한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성신여자대학교의 홍석률 사학과 교수는 27일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남북대화와 관련한 한국 측의 이른바 ‘기능주의 단계론’의 폐해를 지적했습니다.

‘기능주의 단계론’이란 남북한 관계 개선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사회, 경제 교류 문제를 먼저 해결한 다음 어려운 문제인 군사, 정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인데 이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유용한 방법론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홍 교수는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 군사, 정치 문제와 경제협력, 교류 문제는 분리되기 어렵다면서 남북한이 관심이 있는 사회, 경제협력 문제와 군사, 정치 문제를 병렬적으로 모두 협상 의제로 삼아 점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홍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기능주의 단계론’적 접근법이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은폐한다면서 현재 불안정한 휴전체제를 유지하자는 ‘현상유지’ 추구 정책은 철폐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석률 교수: 한반도에서 현상유지를 추구한다고 할 때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한반도의 현상은 전쟁도 평화도 아닌 휴전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현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평화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긴장과 불안을 유지하는 것이고 (1953년 휴전협정 후) 또 60년 넘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교수는 1970년대 남북대화 과정에서도 평화체제 문제가 거론됐고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면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4개국이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 한반도의 ‘현상유지’ 상황을 타파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평화체제 문제와 더불어 북한의 핵문제도 함께 풀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홍석률 교수: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과 북한 핵문제, 또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모두 병렬적으로 연계시킨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날 함께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 북한대학원대학의 신종대 교수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우호적인 국제 환경과 북한의 협력과 진정성, 또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 내부의 의견 조율과 지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국 시카고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이 근래에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 1기 출범 당시인 2009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라면서 이는 북한에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커밍스 교수는 또 북한이 최근 민주화와 개방에 나선 버마의 전철을 따르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만일 미국이 버마에 이어 북한과도 가까워진다면 중국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선 의미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