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2년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하다 2001년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북한을 탈출한 후지모토 겐지 씨가 다시 평양으로 들어가기 위해 20일 일본 나리타 공항을 출발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지내다 11년전 북한을 탈출한 후지모토 겐지 씨가 “정은 대장(김정은 제1 비서)의 초대를 받았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북한에 남겨 두고 온 가족들을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다”며 20일 일본 나리타 공항을 출발해 중국 북경으로 떠났습니다.
일본 회 요리사인 후지모토 씨는 1989년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발탁됐습니다. 북한의 민요가수인 엄정녀와 결혼한 것도 바로 그해입니다. 둘 사이에는 1남1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후 식품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일본에 자주 드나들던 후지모토 씨는 1996년 출입국 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어 일본 경찰 당국에 자신이 김정일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라는 사실을 처음 실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다.
그런 다음 다시 평양으로 들어 간 후지모토 씨는 1998년 식품 재료를 사기 위해 북경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일본 경시청 부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북한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이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후지모토씨는 2001년 북한을 탈출해 일본으로 귀국했습니다.
후지모토 씨는 자신이 평양에서 12년간 김정일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한 체험담을 묶어 2003년 ‘김정일의 요리인’이라는 책을 출판해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후 후지모토 씨는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 일본 언론과 북한 관련 집회에 등장할 때는 반드시 흰색 두건과 색안경을 끼고 나타났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작년 말 사망한 이후에도 후지모토 씨는 흰색 두건과 색안경 차림으로 TBS 텔레비전의 해설자로 단골 출연해 왔습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2001년 식품 재료를 구입한다는 명목으로 일본에 가도록 해 준 것은 오사카 출신의 고영희 부인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후지모토 씨는 또 “김정은이 7살 되던 해부터 자주 어울려 놀았다”라고 말하면서 “10살 때 얼굴 사진을 처음 언론에 공개한 것도 바로 나였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는 한편 국제사회가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사치품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을 때, 후지모토씨가 금지 목록을 작성하는 작업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일 외교 전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에게 김정일 일가와 북한 상층부의 사생활을 파악하는 데 있어 후시모토 씨야 말로 일본의 최고 정보원”이라고 추겨 세웠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후지모토 씨의 돌연한 방북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예컨대 “11년전 북한을 탈출한 이후 김정은 일가의 사생활을 거침없이 폭로해 온 그가 과연 북한에 들어갔다가 일본으로 무사히 돌아 올 수 있겠는가” 또는 “그가 북한에서 괘씸 죄로 처형되거나 강제 수용소에 수용될 것이다”라는 억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후지모토 씨는 20일 나리타 공항에서 “내가 평소에 북한을 나쁘게 얘기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평양에 가서 불이익을 당할 염려가 없다”라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