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고질적인 경제난 속에서도 고위 간부들에 대한 국가공급만은 계속 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고위 간부층에게도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 공급이 끊기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간부들이 힘없는 서민들의 생계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지난 5월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당국이 금년 봄부터 초급 간부들에 대한 국가 공급을 중지한 데 이어 국가공급 중지의 대상과 범위를 점점 넓히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웬만한 지방 당 고위 간부들까지 국가공급(배급)에서 제외되면서 고급 간부들과 그 가족들이 전에 없던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중국을 오가며 소규모 무역(보따리 장사)으로 생계를 꾸려 간다는 평양거주 화교 고 모 씨는 "일반주민들에게는 배급을 못 주더라도 간부들에게는 배급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간부들이 배급을 받지 못하니 애꿎은 주민들을 더욱 괴롭힌다"고 말했습니다.
배급 중단에 당황한 간부들이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주민들의 주머니를 더욱 쥐어짜고 있다는 얘깁니다. 가뜩이나 어렵게 생계를 이어나가는 주민들의 고통이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일반주민에 비해 풍족한 삶을 누리던 간부들은 배급이 갑자기 끊긴데 당황해서인지 체면과 양심도 버린 채 온갖 구실을 만들어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는 것 입니다.
평양 화교 고 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진행되는 각종 검열은 백성들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며 이는 국가에서 배급을 못주는 대신 주민들을 등쳐서 살아가라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시 보따리 장사로 살아가는 평양의 또 다른 주민 주 모씨는 "현재 지방 당의 고위간부들까지 배급이 안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간부들의 주민착취 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고 한숨지었습니다.
이 같은 북한 관료들에 의한 부정부패 행위는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트럭운전사들도 많이 괴롭히고 있습니다.
중국 단동에서 북한 손님을 상대로 장사하는 이 모 씨는 "단동과 신의주를 매일 오가는 북한 트럭 운전사가 기업소와 세관간부 등에 구해다 바쳐야 할 물건이 400달라 어치가 넘는다고 걱정하는 말을 들었다"면서 "운전사들이 간부들에 바쳐야 할 뇌물의 액수와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간부들이 생활난에 직면하면서 본연의 업무는 뒷전이고 뒷돈이 생기는 일에만 매달리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전하고 "북한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간부층이 붕괴한다면 북한의 앞날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간부들 중에는 중국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중국 방문을 위한 초청장을 부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국 선양의 조선족 기업인 김 모 씨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는 북한의 한 관료가 중국 방문 초청장을 인편을 통해 보내면서 우리 회사명의 직인을 찍어서 보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면서 "이는 중국에 오면 무슨 돈벌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초청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대다수 대북 관측통들은 "북한 고급 관료들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우선 자신들이 살기위해 힘없는 서민들을 옥죄고 있지만 이는 북한주민들의 체제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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