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으로 두루미마저 떠난다

북한에서는 두루미마저 먹이를 찾지 못해 월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두루미 보호 운동가는 북한의 두루미가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 북한의 심각한 식량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정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위스콘신 주에 본부를 둔 '국제 두루미 재단'(International Crane Foundation)의 조지 아치볼드 이사장은 두루미들이 원래 3월경 북한 안변에서 러시아와 중국으로 이동했다가 11월경 다시 북한으로 돌아오곤 했지만, 이제는 한 마리도 월동하지 않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b>북한에 만연한 식량난과 두루미의 감소는 연관돼 있습니다. 안변은 두루미 주요 서식지였지만, 지금은 북한의 기근 현상으로 두루미가 줄어들었습니다.</b> <br/>

36년간 한반도의 두루미 생태를 연구해 온 아치볼드 이사장은 안변으로 돌아오던 백여 마리 이상의 두루미들이 한 마리도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서식지에 심각한 변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안변으로 돌아오던 두루미들이 1990년 말 이후부터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면서, 주요 원인으로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꼽았습니다.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으로 사람들이 농지에서 곡식을 남기지 않고 다 걷어가기 때문에, 두루미의 먹이는 하나도 남지 않는다고 아치볼드 이사장은 설명했습니다.

조지 아치볼드 이사장: Wide food shortage in North Korea is correlated with a disappearance of cranes. Anbyun used to be the major wintering area for cranes. Population diminished because of food shortage in North Korea. Farmers collected all of the rice, and did not leave any waste in the field. (북한에 만연한 식량난과 두루미의 감소는 연관돼 있습니다. 안변은 두루미 주요 서식지였지만, 지금은 북한의 기근 현상으로 두루미가 줄어들었습니다. )

한국 야생조류협회의 윤순영 이사장도 두루미는 잡곡뿐만 아니라 어패류, 곤충 등도 먹는 잡식성이지만, 추운 겨울에 두루미들의 주요한 먹이는 잡곡이라면서 북한의 기근 현상과 두루미 감소의 연관성을 뒷받침했습니다.

윤순영 이사장 : 두루미는 한반도로 월동하러 오는 겁니다. 겨울에는 파충류를 잡아먹을 수가 없죠. 그래서 (두루미가) 주로 먹는 것은 곡식의 낟알 뿐입니다. 농부들이 곡식을 다 걷어 가면, 두루미의 먹이가 없어진다. 이런 식이죠.

아치볼드 이사장은 안변에서 월동하던 두루미들이 이제는 먹이가 있는 남쪽 철원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생태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안변에 월동하던 두루미들이 줄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철원 지역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들은 300마리에서 800마리로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아치볼드 이사장: Cranes apparently moved to Cheorwon. All the cranes used to be 300 when the food shortage happened in North Korea. Suddenly they are 800 in Cheorwon.

아치볼드 이사장은 미국의 코넬 대학에서 두루미 군락에 관한 논문으로 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1973년 세계 두루미의 연구와 보전을 위한 국제두루미재단을 설립한 이후 매년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와 북한을 방문 조사해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안변은 넓은 서식지 공간인 습지와 두루미의 잠자리가 있어 두루미 서식지를 복구하기 위한 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