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두루미 보호구역 영화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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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류학자가 올 가을 북한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철새 서식지의 생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영화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위스콘신 주에 본부를 둔 ‘국제두루미재단(International Crane Foundation)’의 조지 아치볼드(George Archibald) 이사장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올 가을 북한을 방문해 두루미 보호구역 관련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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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볼드 이사장

: 오는 10월 말부터 12월 12일까지 영화제작팀을 동반하고 북한을 방문합니다. 두루미가 11월 초에 겨울을 나기 위해 강원도 안변 지역에 날아드는 시기입니다. 비산협동농장의 농부들에게 환경교육도 하고 서해안도 돌아볼 계획입니다. )

아치볼드 이사장은 미국 동남부 조지아주(Georgia)의 영화 제작사팀이 촬영을 할 예정이지만 더 이상의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치볼드 이사장은 영화 제작비로 약 5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한반도의 철새서식지 보호운동을 벌여온 아치볼드 이사장은 2008년 처음 북한을 방문하고 1990년대 북한의 식량난으로 철새가 날아들지 않던 강원도 안변지역을 생태보호구역으로 되살리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안변 비산협동농장에는 직원 등 2천 500여 명이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소와 오리, 닭 등을 키우고 유기농법을 이용한 환경친화적인 농사를 권장해 식량난 이후 한 마리도 날아들지 않던 멸종위기의 재두루미 등이 다시 이 지역에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농민들에게 철새 서식지 보호를 위한 유기농법 도입의 중요성을 역설한 결과입니다. 아치볼드 이사장은 겨울을 나기 위해 이 지역을 다시 찾는 두루미의 수가 늘었고 게다가 머무르는 기간도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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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볼드 이사장

: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11월이면 찾아드는데요, 2010년에는 2~3일 정도만 머무르다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2마리 정도가 2주에서 3주 가량을 서식한 것입니다.)

아치볼드 이사장은 북한 당국과 협조해 유기농법으로 농업 생산량을 늘려 농민들이 새들을 위해 낟알을 남겨둘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650에이커에 이르는 농지에 펌프로 물이고이도록 해 두루미의 서식에 필요한 습지를 만들어 준 것이 두루미를 유인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또한 중국에서 수입한 두 마리의 두루미가 농토 한 가운데에서 새들을 끌어들여 철새 서식지에 좀 더 많은 두루미가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약 3천 마리 가량 남은 두루미의 3분의 1, 그리고 5천 마리에 달하는 재두루미의 절반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생태계의 보고인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철원 평야로 날아 드는데 이 과정에서 다시 안변을 거치게 됐다는 것입니다.

아치볼드 이사장은 지난해 말에도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조류학자들이 철새 서식지 보호를 연구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을 지원하고 농민들에게 환경 친화적인 농사법도 교육했습니다.

그는 올 가을 촬영되는 영화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영돼 북한의 두루미 서식지 보호 운동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힘 주어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