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화 ‘크로싱’ 도입부 & 배경음악)
31일 워싱턴 지역에서 재미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버지니아 주의 페어팩스 군 (county)에 위치한 교회에 모인 관객들은 살고자 헤어져야했던 어느 북한 가정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픈 아내의 약을 구하려고 중국으로 떠나는 주인공 용수와 아들 준이의 헤어짐. 엄마의 죽음으로 홀로 남은 준이가 아빠를 찾아 국경을 건너다 잡혀 강제 수용소로 향함. 중국 공안을 피해 도망치는 용수의 절박한 몸부림. 그러다가 아버지의 노력으로 중국 국경을 넘은 준이가 몽골 사막에서 싸늘하게 맞는 죽음.
이 모든 장면이 시사회에 참석한 400여 명의 관객들에게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은 듯했습니다.
워싱턴의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미국 여성 팸 케슬러 씨는 슬픔이 북받쳐 올라 말을 끝맺지 못합니다.
팸 케슬러: I had no idea on what was going over there. Absolutely no idea. Every family is the same, every family wants to do the best for their children... (북한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어요. 가족이란 다 마찬가지예요. 자식과 배우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거죠. 특히 준이와 아빠가 헤어져야 했을 때,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어요. 왜 그들이 그렇게 헤어져야만 하는지...)
이날 두 차례의 시사회를 주관한 미국의 민간단체인 디펜스 포럼의 수전 숄티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지금 영화 ‘크로싱’보다 열 배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수단의 인권 문제는 미국의 유명한 영화배우인 조지 클루니가, 티베트의 인권 문제는 미국의 영화배우인 리처드 기어가, 버마의 인권 문제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옹호자로 나서고 있지만, 북한의 인권 문제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수전 숄티:...But the North Korean people don't have people of that stature that are advocating for them. And that's why I hope that all of you will become their advocates...(북한 인권에 소리높이는 세계적인 인사들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북한 주민들의 옹호자가 돼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북한이 제가 앞서 말한 수단, 티베트, 버마보다 더 악랄한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사회장을 나서면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엄청난 부채의식을 가슴 속에 안고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나윤상: 저도 북한 인권에는 어느 정도 관심을 뒀지만,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눈을 떴습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 될지, 앞으로 어떻게 북한을 위해서 해야 할지,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권지혜: 사실은 저는 북한 사람들이 그 정도로 힘들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기자: 보고 나니까 어떤가요?) 기가 막히죠. 해야 할 일도 많고, 도와줄 사람도 많네요.
초등학생: 저는 커서 북한을 도와줄 생각입니다.
한편, 지난 2002년 탈북자들이 중국 베이징의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크로싱’은 세계적인 영화제인 아카데미상의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됐지만, 최근 후보로 지명되는 데 실패해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크로싱’에서 용수의 대사: “아버지가 너무 늦게 왔다. 약속을 안 지켜서 너무 미안하다, 준이야” (용수의 통곡과 배경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