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화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발표한 북한 경제 보고서에서 북한이 '슈퍼노트'를 포함한 위조지폐의 제작과 유통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북한이 현재 위조지폐 제작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치 않다고 (not clear)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위조지폐 활동을 통해 연간 미화 1천500만 달러에서 2천만 달러가량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되고, 위조지폐가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딕 낸토 박사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만난 자리에서 달러화를 위조하는 데 사용하는 인쇄 장비, 종이, 잉크의 가격이 워낙 비싼데다, 현재 북한이 가진 장비 자체도 낡아서 북한을 위조지폐 제작의 장본인으로 지목하는 데는 무리라는 분석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의견은 최근 영국, 일본, 미국의 언론이 연이어 북한이 슈퍼노트를 제작했다는 의혹을 깊게 다룬 기사 내용과 크게 달라 주목됩니다. 앞서 영국의 일간지인 '인디펜던트'는 24일 슈퍼노트가 북한 내 3개 인쇄소에서 분산 제작되고 있으며, 슈퍼노트 제작에 쓰이는 인쇄기는 스위스제, 주 인쇄기 외에 다른 장비는 일본제, 종이는 홍콩제, 잉크는 프랑스제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하루 전인 23일 미국 연방수사국(FBI) 전 비밀요원의 말을 인용해 슈퍼노트가 북한에서 제조돼 베이징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통해 전달됐다고 보도했고, 미국 잡지 '배니티 페어'는 최근호에서 북한이 제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슈퍼노트가 미국에서 대규모로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에 있는 진보적 성향의 연구기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초빙연구원인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은 낸토 박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지금까지 북한 외교관들이 위조 달러를 소지하거나 유통해 문제가 되었던 적이 심심치 않게 있었고, 일부 북한 회사들이 위조달러의 유통에 연관된 것은 거의 확실시되지만, 북한이 제작까지 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설명입니다.
박선원: 미국 달러화를 만드는 스위스 회사, 종이회사, 잉크회사는 달러화를 미국 밖에서 만들지 않고 미국 내에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회사들이 미국에 들어와서 여기서 찍어서 미국에 바로 파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인쇄기를) 외국에서 사고, 종이도 다른 데서 사고, 잉크도 다른 곳에서 사는 등 그렇게 만든다는 게 좀... 그리고 종이와 잉크에 대해서는 미국 당국이 특별히 관리하지 않겠습니까?
박 연구원은 미국 내 공개 자료를 인용하면서 전 세계에 5천억 달러 정도가 현금으로 유통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0억 달러가 위조지폐이고, 이 중 수천만 달러 정도가 북한이 만든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북한이 위조지폐에 개입할 수도 있지만 출처가 북한이라는 확증이 아직 없음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총재 수석자문관을 지내면서 북한 경제를 담당했던 브래들리 뱁슨 씨는 25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북한이 슈퍼노트를 제작하고 유포한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왔고, 실제로 상당수 북한 외교관들이 위조지폐와 관련한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혐의를 완전히 부인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진정으로 미국과 관계개선을 희망한다면 위조지폐와 관련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미국 측의 조사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뱁슨 전 자문관은 2007년 11월 뉴욕에서 열린 금융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기광호 재무성 대외금융담당 국장을 비롯한 북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가 거론됐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은 피한 채 이같이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