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오바마 노벨상과 북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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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금년도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오바마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로 국제외교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국제정치의 새로운 환경을 조성한 공로를 들었습니다. 세계 언론들은 오바마가 전임 대통령 부시와 달리, 다자협력과 대화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힘의 한계를 인식한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인 것도 평화상을 받게 된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노벨위원회는 부시의 일방적인 외교행태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었습니다. 지난 2005년에는 이라크에 대한 핵사찰 문제로 부시 행정부와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었던 국제원자력기구, 즉 IAEA의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접한 북한 정권은 상당히 고무되어있을 것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은 만큼 미국 정부가 세계평화를 해치는 무모한 행동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계산할 것입니다. 노벨평화상을 오바마 행정부의 행동반경을 제한하는 족쇄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북한 문제에서도, 과거 부시와 같이 북한을 압박해서 긴장을 고조시키기 보다는 대화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볼 것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노벨평화상에 고무된 오바마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협조가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라고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핵무기확산금지조약, 즉 NPT에서 유일하게 탈퇴하고 핵을 만든 나라가 바로 북한이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는 핵무기 없는 세계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벨평화상이 오바마에게는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 정권은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 내에서 노벨평화상이 역풍을 몰고 올 수 있음에 유의합니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많은 미국인들도 당혹해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민들은 취임한 지 9개월 밖에 않된 신참 대통령이 국제평화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평화상을 받는 것을 보면서, 오바마가 미국보다는 국제사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자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습니다.

국민 개개인의 정직한 투표로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 사회인 미국에서는 국민여론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론이 정치인들의 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사실보다는 미국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아울러 노벨평화상을 자신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로 해석한 오바마가 대외 문제에서 보다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북한 정권에게 기쁜 소식만은 아닌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