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정부에 과학 기술을 자문하는 과학한림원(NAS)은 6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구소련의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 수단인 미사일을 폐기하는 데 적용 중인 협력적 위협감축(CTR) 방안의 확대가 미국의 국가 안보와 세계 안정에 이바지한다"며 북한을 그 주요 확대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지구안보협력(Global Security Engagement)'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의회가 지난해 국방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방부에 협력적 위협감축(CTR) 방안을 확대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데 따라 작성됐습니다. 협력적 위협감축 방안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 수단인 미사일을 미국이 주도하고 해당 국가가 협력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폐기해온 방식입니다.
'협력적 위협감축(CTR)의 새 모형'이라는 부제의 이 보고서는 북한에 적용할 구체적인 활동으로, 영변 지역의 환경오염을 측정할 연구시설에 필요한 장비 제공을 들었습니다. 또 영변 핵 시설과 주변의 오염 정도를 측정하고 방제를 맡을 전문 인력의 훈련도 협력적 위협감축 활동의 주요 분야로 꼽았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과학한림원의 앤 해링턴 국제안보와 군축 위원회 국장은 이 오염 측정과 방제(decontamination) 작업이 영변 핵시설을 평화적인 과학 센터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링턴 박사: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서 불능화 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미국 측 과학자가 전한 바로는, 영변 지역 주변이 많이 오염됐습니다. 북한이 아마도 핵 시설을 폐기하고 나서 영변을 첨단 과학단지(center for scientific excellence)로 조성하길 원할 텐데요, 그러려면 환경오염을 측정하고 방제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합니다.
특히 보고서는 핵무기를 만들던 북한의 핵 과학자를 재훈련시켜 이 방제작업에 참여하도록 제안했습니다. 영변 지역의 오염 감시와 방제 위주의 이 작업에는 6자회담 참가국인 미국, 러시아, 한국, 일본, 중국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그러나 비핵화 작업 중 핵심인 핵 물질과 핵 시설을 북한에서 반출하는 작업(logistical support for denuclearization)은 미국 국방부와, 에너지부, 국무부,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맡도록 보고서는 제안했습니다. 해링턴 박사는 이는 과거 러시아와 시리아의 핵 시설를 폐기한 사례를 따랐다고 말했습니다.
해링턴 박사: 러시아와 리비아에서 실제로 핵 물질과 핵 시설을 반출하는 임무는 미국 외에 다른 나라가 맡은 적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리비아에서 원심분리기와 고농축 우라늄, 그리고 실험용 원자로에 쓰이는 사용 전 연료 등의 핵 시설과 핵 물질을 반출했습니다.
과학한림원은 협력적 위협감축 방안이 구소련의 핵과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운반 수단인 미사일을 폐기하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변화한 시대에 맞게, 백악관이 주도하고 국방부와 에너지부, 국무부뿐 아니라 농무부, 보건부까지 각 부처가 긴밀하게 연계하는 방식으로 이 방안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과학한림원은 제안했습니다.
해링턴 박사는 협력적 위협감축 방안이 구소련을 뛰어넘어 북한과 시리아 등으로 확대 적용돼 미국의 적극적인 외교 수단(active tool of foreign policy)으로 탈바꿈돼야 한다는 점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적인 제안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