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환 칼럼] 피는 물보다 진하다

지난 4월 4일 오전 11시 40분 해적들이 들끓고 있는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상에서는 남북관계에서 획기적인 일로 기록될 특별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철강재 6천여 톤을 싣고 이 해상을 지나던 북한 선박 다박솔호가 아까보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쫓기고 있었습니다. 다박솔호 선장은 “여기는 조선 다박솔호! 해적에 쫓기고 있다. 구조해 달라!”는 긴급전문을 타전했습니다.

긴급구조를 요청하는 전문을 가장 빨리 접수한 쪽이 한국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이었습니다. 소말리아 해상에서 해적 소탕과 선박 호송의 임무를 수행하던 문무대왕함의 함장은 단 1초도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그는 미사일과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공격 직승기에 조선의 다박솔호를 구원하는 임무를 주었습니다. 직승기가 초고속으로 날아 다박솔호에 접근했을 때는 이미 소말리아 해적들이 다박솔호에 바싹 따라붙었을 때였습니다. 한국 해군은 소말리아 해적선을 향해 미사일과 중기관총을 겨누며 위협 비행을 실시했습니다. 급해진 해적선은 방향을 바꿔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한국의 직승기 조종사는 다박솔호 선장에게 "여기는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귀선이 안심이 되시면 침로를 변경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했고 다박솔호 선장은 "네, 감사합니다. 교신을 죽 유지해 주길 바랍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한국군의 조종사가 "귀선박이 안전할 때까지 계속 하늘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대한민국 해군을 찾아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다박솔호 선장은 "감사합니다. 우리를 좀 잘 지켜 주십시오"라고 부탁했습니다. 해적선이 도망친 후에도 한국의 직승기는 1시간 40분 동안 조선의 다박솔호를 하늘에서 호위했습니다.

조국을 수 만 리 떠난 머나먼 해역에서 그 어떤 다른 나라의 해군도 조선의 무역선을 구조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오직 한국의 해군만이 조선 무역선의 긴급한 구조 요청을 받고 서슴없이 하늘을 날아와 동포들을 구한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이때만은 남북 사이에 정치도 냉각된 남북관계도, 대남정책이니 대북정책이나 하는 요란한 것들이 없었습니다. 오직 남과 북의 인민들, 남의 군대와 북의 무역일꾼들 사이에 뜨거운 민족애만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머나먼 소말리아 해역에서 날아온 이 훈훈한 민족애의 소식은 남한 인민을 감동시켰습니다.

누구는 남한 군대가 북한을 반대하여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고 있고 그래서 북한에는 긴장상태가 조성돼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남한에서 북한을 반대하여 전쟁을 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전쟁을 할 남한 군대가 머나먼 이역에서 위기에 처한 북한 무역일꾼들과 선원들을 구하였겠습니까? 우리 민족은 위기 때일수록 하나로 뭉치는 민족입니다. 우리는 같은 피를 가진 동포입니다. 우리는 하나로 뭉쳐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어 내야 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