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청소년들 춘천서 문화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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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겨울 방학을 맞아 지난 18일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의 청소년들과 함께 '호반의 도시' 춘천을 찾았습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됐습니다. 이들의 견학 현장을 노재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물에다 먼저 손 넣지 말고 가루부터 살살 하세요"

학생들이 서툰 손으로 메밀가루를 반죽하고 있습니다.

이어 국수 가닥이 쉴 틈 없이 나오자 탈북 청소년들은 환호하며 좋아합니다.

학생들 : 국수 나오는 것 봐.. 면발이 장난 아니네.

김현미 (탈북청소년, 가명): 제가 반죽한 메밀가루가 가느다란 국수로 나오니까 너무 신기해요.

국수를 동치미 국물에 양념을 넣고 버무리자 맛깔스러운 막국수가 만들어집니다.

막국수는 복잡한 조리과정 없이 바로 ‘막’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생긴 이름입니다.

오태검 (재현고 2년):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랑 같이 춘천에 와서 막국수를 직접 만들어서 먹으니까 정말 맛있어요.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은데요.

18일 춘천을 방문한 남북 청소년들은 이곳 막국수박물관 외에도 여러 곳을 찾았습니다.

춘천의 명소인 소양강댐을 비롯해 김유정문학촌, 강원도립화목원, 그리고 인형박물관 등도 둘러봤습니다.

김은진 (경기여고 2년): 김유정문학촌에서 위로 올라가야 도자기 공방이 있는데, 돌아서 가는 바람에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내려올 때는 다행히 지름길을 찾았어요.

탐방 내내 다양한 체험과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인형박물관에선 학생들이 남남북녀가 돼 손으로 인형극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탈북청소년 (여자): 저는 북한에서 왔어요.

남한청소년 (남자): 북한 어디요?

탈북청소년 (여자): 함경북도 회령요. 만나서 반가워요. 앞으로 잘 지내요.

남북 청소년들이 함께한 이번 춘천 문화 탐방은 탈북 청소년을 위한 겨울방학 한겨레계절학교가 주말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한 것입니다.

최주리 북한인권시민연합 간사 : 한겨레계절학교에 참가한 우리 탈북 청소년들이 이번 춘천 탐방을 통해 한국의 지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고요. 또한 함께한 우리 남한 청소년들과도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날 현장 견학을 마친 남북 청소년들은 저녁때 숙소인 ‘강촌유스호텔’로 돌아와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들은 이번 탐방을 통해 느낀 점을 조별로 돌아가며 발표했습니다. 때로는 노래도 함께 불렀습니다.

(현장음): 노래 ‘소양강 처녀’

조영제 (호평고 2년): 계속 걸어서 다니고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는 지치고 힘들었는데요. 그렇지만 다 같이 활동해서 뜻깊었습니다.

이옥주 (탈북청소년): 소양강댐에 있는 물이 인구 2천만 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물이라고 해서 정말 놀랐고요. 청평사의 아름다움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 춘천 탐방에 참가한 남북 청소년 45명은 현장 체험을 통해 한국의 지역 문화를 이해하고 친구들과의 우정도 쌓아갔습니다.

함께 다니며 시간을 보내면서 이들 마음속에 있던 낯설음도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쉬웠는지 이들은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며 깊어가는 겨울밤의 정취를 만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