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암시장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평양에 주재하는 외교관들도 장마당에서 환전을 하고 쇼핑도 한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의 일반 장마당에서 어눌한 북한말로 외화를 바꾸거나 물건을 구입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서방의 한 외교 소식통은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관 가족들은 대부분 대동강구역에 있는 릉라장마당을 이용한다"면서 "외국인들을 위한 전용 상점이 있긴 하지만, 장마당보다 비싸고, 또 물건도 적어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외교 소식통은 "외국인들이 릉라 장마당 입구에 나타나면 환전상인들이 진을 치고 '외화 바꿀게 있냐'고 물어오고, 외국인들은 '(비율이)몇 대냐'고 묻는 등 흥정도 제대로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엔 북한 주민들이 외국인을 보면 피하는 눈치였지만, 지금은 과감하게 접근해 시장 활동을 벌인다는 것입니다.
외국인들이 환전소를 이용하지 않고 장마당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유에 대해 이 소식통은 암시장 환율과 국정 환율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환율이 높은 장마당을 택한다는 겁니다.
현재 북한의 암시장 환율은 미화 1달러 당 북한 돈 4천700원, 인민폐는 1위안 당 북한 돈 750원입니다.
북한이 공시한 공식 환율인 1달러 당 120원 보다 무려 40배가량 높습니다.
북한은 평양 고려호텔과 양각도 호텔 등에 외국인을 위한 환전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외교 소식통은 "북한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나 몰라서 환전소에서 돈을 바꾸지, 평양에서 몇 년씩 산 외국인들은 대부분 장마당을 이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2000년 초까지만 해도 평양 주재 외교관들이 대사관 공관을 벗어날 때는 안내원들의 동행 하에 외출하도록 해왔습니다.
하지만, 평양시내에 통일거리 시장과 릉라 장마당 등 종합시장이 생겨난 뒤에는 외국인들도 안내원이 없이 장마당을 이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외교 소식통은 "장마당에서 돈을 바꾼 외교관들이 장마당에서 물건을 사면 마음대로 흥정도 할 수 있고, 가격도 상점보다 싸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시 중심구역에 살다 얼마 전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도 "외국인들이 장마당에서 '가격을 좀 깎아 달라'고 흥정도 잘 한다"면서 "외국인들의 어눌한 북한 발음에 장마당 상인들도 신기하게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외국인들이 신의주에서 갓 날라 온 사과나 귤, 바나나 같은 신선한 과일을 제일 많이 사간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 주재 외교관들은 겨울에는 물자 부족 때문에 일반 생필품을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직접 공수해오는가 하면 어떤 외교관들은 중국 단둥까지 차를 몰고 나가 장을 보고 다시 북한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