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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 휴대전화 사업체인 '고려링크'가 북한이 화폐개혁을 실시한 지난해 4분기의 영업이익에서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화폐개혁이 휴대전화의 사용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입자의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집트의 이동통신 회사인 '오라스콤 텔레콤'은 지난 1년간 북한 내 휴대전화 사업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5일 발표한 '2009년 실적보고서'를 보면 '오라스콤 텔레콤'이 이동통신망의 확장과 기술 개발을 위해 2천7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전체 매출액은 2천600만 달러(25.9M)가 채 못 됐습니다.
또 지난해 세전 영업이익은 총 1천715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화폐개혁이 시행된 4분기의 영업이익은 716만 달러로 3분기(718만)보다 0.3% 줄었습니다. 분기마다 '고려링크'의 영업이익은 수백만 달러씩 꾸준히 증가했지만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실제로 화폐개혁에 따라 북한 주민의 휴대전화 사용도 영향을 받았다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설명입니다. 북한 평양의 소식통은 화폐개혁 이후 북한 주민의 외화소비에 대한 심리가 위축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거나 반납하는 현상이 늘어났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또 올해 초부터 북한 당국이 외화 사용을 금지하고 외화의 출처에 대한 단속에 나서면서 휴대전화의 사용은 더 위축됐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중국의 대북 소식통도 16일 화폐개혁 이전에 평양 내 북한 주민이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했고 통화카드를 충전할 때마다 북한 화폐, 유로 등을 사용했지만 화폐개혁 후에는 충전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고 가입자로만 남아 있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라스콤 텔레콤'은 올해 전 휴대전화 서비스를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지만 오히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국경지역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휴대전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라스콤 텔레콤'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매출에서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가입자 수의 증가가 주춤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고려링크'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150%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3분기에는 44%, 화폐개혁이 시행된 4분기에는 31%를 기록하며 증가세가 점점 둔화하고 있습니다. 또 '오라스콤 텔레콤'은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해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북한의 이동전화 보급률(mobile penetration)을 여전히 0%로 소개했습니다.
그럼에도 '오라스콤 텔레콤'은 합리적인 가격과 최첨단 기술로 북한 내 휴대전화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앞으로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지금의 7개 도시와 8개의 공공도로 외에 북한 전 지역에 확대할 뜻을 나타냈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박사는 '오라스콤 텔레콤'의 이같은 대북 투자를 매우 독특한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John Park: 이전에 '왜 중국회사들이 북한에 진출해서 망하는가?'에 대한 조사를 했을 때 망한 회사도, 이유도 아주 많아요. 그런데 오라스콤은 신기하게 잘 돌아가고 있어요. 휴대전화도 하고 건축도 하고..., 오라스콤은 매우 독특한 사례입니다. 거기에는 뭔가 있어요. 왜 독특한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오라스콤은 신기한 회사에요.
'오라스콤 텔레콤'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50억 6천만 달러로 전년도의 53억 2천만 달러보다 줄었습니다. 또 전체 세전 영업이익도 21억 7천만 달러로 2008년보다 8.9%나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수익조차 감소한 '오라스콤 텔레콤'이 기업 환경과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북한에서 언제 흑자를 기록할지, 과연 휴대전화 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과 대북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오라스콤 텔레콤'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북한 주민은 9만 1천여 명(91,704)에 달한다고 15일 밝혔습니다. '오라스콤 텔레콤'의 칼레드 비차라 회장도 16일 올해도 휴대전화 사업의 확장과 관련해 북한 당국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