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화폐개혁 혼란 수습 비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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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수십 명의 경제전문가들을 긴급 소집해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화폐개혁 실패에 따른 경제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북한당국이 경제전문가 수십 명을 긴급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이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지난 1월말 경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주재 하에 경제 전문가 수십 명이 강원도 원산시 모처에 모여 며칠 동안 회의를 했다"면서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화폐개혁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토의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평양 소재의 인민경제대학과 강원도 원산에 소재한 원산경제대학 등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박사급의 경제전문가들과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지배인, 황해제철연합기업소 지배인 등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경제실무가 수십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회의는 북한 권력의 2인자로, 이번 화폐개혁을 주도했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주최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중순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지고 박남기 노동당 재정계획부장이 실각되고, 이달 초에는 김영일 내각 총리가 평양시민들 앞에서 공개 사과를 하는 등 북한 지도부가 '민심 달래기'에 나서는 가운데, 장 부장이 경제부양책을 마련하기 위해 배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회의는 화폐개혁 이후 북한 내부 민심이반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새로운 경제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지도부가 빠른 시간 내에 화폐개혁으로 인한 혼란을 정리하고,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를 내놓을 것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정책 방향은 2002년에 도입했던 '7.1경제관리개선조치'처럼 시장방식이 아니라 사회주의 경제원칙의 틀 안에서 민생 안정과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어 회의가 있은 후에는 경제 전문가들로 '긴급대책위원회(Task Force)'가 조직된 것으로 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중국 선양에 나온 북한 무역일꾼들과 접촉하고 있는 한 조선족 사업가도 1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요즘 조선 무역기관에서 대규모 식량을 주문하는 등 화폐개혁 이후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들이 과거보다 많이 엿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대북 소식통들도 북한이 경제문제를 풀기 위해 '제2차 화폐개혁'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권력층의 입에서도 나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통은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권력기관원이 "중앙에서 다시 화폐개혁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며 소문으로만 돌던 화폐개혁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화폐개혁 과정을 지켜본 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002년 7.1경제개선 조치처럼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