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이 화폐개혁으로 체제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화폐개혁으로 피해를 본 인민들이 노골적으로 당국에 불만을 터뜨리면서 민심이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30일 기존 화폐가치를 100대 1로 절하하는 화폐개혁을 전격 단행했습니다.
화폐개혁 조치는 북한 당국이 당면한 정치,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애초 기대와는 달리 크고 작은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최근 북한 당국이 김영일 내각 총리를 통해 화폐개혁의 실패를 자인했습니다.
그리고 금지했던 시장 거래도 다시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화폐개혁을 단행한 지 불과 두 달만입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입니다.
천해성: 화폐개혁 이후에 여러 가지 물자 공급이라든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경로와 정보와 첩보 등을 종합해서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각종 토론회에서 이번 화폐개혁으로 북한 체제가 흔들리는 조짐마저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 박용호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박용호: 계획 경제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있다. 북한 사회가 이제 해체의 과정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저는 평가를 합니다.
전 노동당 비서였던 황장엽 씨는 19일 북한전략센터가 주최한 학술토론회에서 “이번 화폐개혁으로 북한 정권은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변했다”며 북한 붕괴론까지 언급했습니다.
이날 학술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당초 화폐개혁의 목적은 후계자 추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있었다”면서 “후계체제의 조기 공식화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폐개혁과 관련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8일 동아일보와 한 회견에서 “북한이 시장 요소를 통제하면서 외자유치를 외치는 것은 모순”이라며 “북한 당국은 외부 세계와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한국 등과의 대외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최근 화폐개혁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놓고 북한 당국의 지도부 내부에서도 갈등이 촉발됐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내 대북인권단체들은 화폐개혁의 후유증으로 시장에서 식량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이 아사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인 ‘좋은벗들’은 평남 순천시와 평성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발생하던 아사자가 2월 들어 전역에서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특히 평성시는 인구 절반가량이 일주일 넘게 굶주리는 등 식량난이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굶어 죽는 인민들이 늘면서 일부에선 북한 군부가 사회통제 기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인민들의 의식이 변화된 만큼, 과거처럼 강압적인 통제로만 인민들의 원성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