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화폐개혁으로 땔감 살 돈 다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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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화폐개혁 소식에 추운 겨울을 맞는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올해 겨울은 땔감 걱정에 먹을 걱정, 전기걱정에 수돗물 걱정까지 겹치면서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낼 것으로 보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겨울이 연중 가장 엄혹한 시련의 계절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전쟁터에서나 나올 법 한 이 표현은 지난 십 수 년간 경제난을 겪어온 북한 주민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소립니다.

그런데 올해는 겨울을 나려고 꼬깃꼬깃 모았던 쌈짓돈까지 모두 휴지 장으로 만드는 화폐정책이 나오면서 북한 주민들은 추운 방에서 떨게 되었습니다.

화폐개혁이 있기 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석탄 한 달구지에 북한 돈 4만~5만원까지 했다고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중국 소식통이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한 달구지 해서 킬로수로 하면 10kg짜리로 60바께츠 정도, 70개는 안되고… 그것을 4만~5만 원 정도 해요, 나무는 한 달구지가 3만 5천원인데 우리 집의 경우에는 두 달구지는 되어야 하거든요”

3식구가 한 해 겨울을 나려면 적어도 2달구지는 있어야 하는데, 석탄을 장만하려고 10만원을 모았던 청진시의 한 주민은 이번 화폐교환에서 큰 낭패를 보았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번에 1가구당 구 화폐 10만원만 교환해주었기 때문에 이 돈으로 석탄을 사면 먹을 식량을 살 돈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되면 물 고생이 가장 많은 곳은 평양시입니다.

겨울에는 평양시에도 정전이 자주 되기 때문에 아파트들에 공급되는 급수가 중지됩니다. 그나마 여름에는 물이 얼지 않아 개울물이라도 길어 마실 수 있었지만, 겨울만 되면 모든 물이 다 얼어버립니다.

그래서 요즘 북한 당국이 물 문제를 풀기 위해 아파트 마다 우물을 파도록 지시했다고 얼마 전 중국에 나왔던 한 평양 시민은 말했습니다.

평양시 선교구역의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이 주민은 자기네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인민반별로 가구 당 3만원씩 걷어 앞마당에 우물을 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우물의 문을 닫아걸고 집집마다 열쇠를 돌려가면서 길어다 마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밤에 누가 와서 물을 퍼 가면 다음날 물이 마르거둔요. 그리고 애들이 거기다 침을 뱉거나 돌을 던질까봐 문을 걸어놔요”

대동강과 보통강을 끼고 있는 중구역과 대동강 구역에서 사는 주민들은 대동강 물이라도 길어먹을 수 있지만, 강을 끼지 못한 서성구역과 선교구역 등에는 이와 같이 아파트 단지 안에 우물을 판 곳이 많다고 이 주민은 말했습니다.

실제로 평양에서 대학생활을 했던 탈북자 출신은 자기네 학교에서는 겨울에 물이 나오지 않아 건물에 달린 변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야외에 변소를 설치하고 썼다고 말했습니다.

대학 기숙사에서 변소를 보고 물을 내리지 못하면 악취가 진동해 10층에서 사는 대학생들도 변을 보기 위해 아파트 1층까지 내려와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에서는 온수난방이 돌지 않아 대부분 사람들은 아직도 겨울에 이불을 방에 펴고 지내는 주민들이 많다고 다른 평양출신 탈북자들도 말하고 있습니다.

평양시 온수난방을 보장하는 평양화력발전소나 동평양 화력발전소들은 석탄 생산이 줄어들면서 만 가동을 돌리지 못하고 그나마 공급되는 석탄은 버럭을 많이 섞은 저열 탄이어서 발전기 가동도 어렵다고 말합니다.

중앙난방식으로 된 평양의 아파트들에는 겨울에 물이 돌지 않으면 관이 얼어터진다고 난방사업소에서 찬물을 돌려 그야말로 아파트는 찬 돌덩이처럼 된다고 이 탈북자들은 말했습니다.

게다가 밖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으려고 베란다를 막고 2중 창문을 댔던 아파트들에서는 ‘150일 전투’ 기간 도시미화 사업을 한다고 북한당국이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해 다 없애버렸습니다.

겨울나이 땔감을 마련하려고 조금씩 모았던 돈까지 다 잃어버리고 찬바람까지 맞게 된 북한 주민들은 올해 겨울이 유난히도 추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