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이 합영투자위원회와 흡수 통합설에 휩싸였습니다. 대풍그룹 측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사실일 경우 새 북한 지도부의 권력 행사 방식을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양대 외자 유치 창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대풍그룹)을 합영투자위원회(합영투자위)에 흡수 통합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미국의 민간단체인 조선익스체인지가 5일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해 대풍그룹과 합영투자위를 두루 접촉하고 합영투자위 측과 경제, 투자 정책에 관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풍그룹 측은 합병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비슷한 소문을 최근 들어 대풍그룹 측에 그 진위를 확인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두 기구가 각각 국방위원회(대풍그룹)와 내각(합영투자위) 소속으로 서로 성격이 다른 두 단체가 합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박철수 총재도 비슷한 소문을 듣고 말 그대로 펄쩍 뛰었다는 얘길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익스체인지 측도 북한 당국으로부터 양 기구의 흡수 통합에 대해 아직 공식 확인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풍그룹이 2010년 북한 국가개발은행의 외자 유치 창구로 발족한 뒤 투자 유치 실적이 거의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점을 감안하면 합영투자위로 흡수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조선익스체인지 측은 대풍그룹의 합영투자위 흡수 통합이 이뤄지면 그 동안 외자 유치 업무를 맡은 기구가 나눠져 있어 생긴, 낮은 효율성과 혼란을 막을 수 있게 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합영투자위의 경우 중국과 나진 선봉 특구와 황금평 개발에 합의하는 등 북한의 외자 유치 업무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 체제 등장 뒤 실세로 평가받고 있는 장성택의 후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외자 유치와 관련한 힘의 균형은 합영투자위로 쏠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연구기관인 평화연구소의 존 박 선임연구원은 만약 대풍그룹이 합영투자위에 흡수된다면 북한의 새 지도부가 국방위원회보다는 내각과 당을 통해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셈이라고 해석했습니다.
[
존 박 선임연구원
] 만약 사실이라면,아직 이르긴 하지만,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가 더 많은 돈 줄을 확보하게 돼 앞으로 역할이 더 커지게 될 겁니다. 이는 곧바로 더 큰 권력으로 연결됩니다.
대풍그룹의 합영투자위 흡수 여부는 김정은 체제의 향후 권력 행사 방식을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