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시신 사망 사흘 만에 공개

MC:

지난 17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김진국 기자와 알아봅니다.

(MC)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이 사망 사흘 만에 공개됐죠?

<<김진국>>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은 20일 저녁 뉴스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을 조문하는 후계자인 아들 김정은의 모습을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시신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때와 마찬가지로 평양 금수산 기념궁전에 안치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평소 즐겨 입던 황색 인민복 차림이었고 가슴까지 붉은 색 모포를 덮은 상태로 사다리꼴 모양의 투명한 유리관 안에 눕혀 있습니다.

시신이 눕혀 있는 유리관 주변은 일명 김정일 화로 불리는 붉은 꽃들로 둘러 싸였고 그 바깥에는 흰색 국화로 장식돼 있습니다.

받침대 정면에는 김 위원장이 태어나고 사망한 년도인 1942와 2011년이 새겨진 명판과 훈장, 계급장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유리관 주변에는 AK제식소총을 든 정복 차림의 위병 8명이 둘러서서 호위를 하고 있습니다.

(MC) 후계자인 아들 김정은이 김 위원장 사망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도 주목되죠?

<<김진국>> 김정은이 북한의 새 영도자로 등장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김정은이 장의위원들과 함께 김 위원장의 영전에 조의를 표하는 장면을 소개했습니다.

상주면서 장의위원 서열 1위인 김정은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총리, 리영호 당군사위 부위원장 등 정치국 상무위원과 김영춘, 전병호, 김국태, 김기남, 김경희 등 정치국위원, 김양건과 장성택 등 정치국 후보위원 등 북한 최고 실세들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했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출범을 과시하는 듯했습니다.

김정은은 평소 자주 입는 검은색 인민복을 입은 채 굳은 표정이었고 뒷줄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안경을 내리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화면에 잡혔습니다.

(MC)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장소는 1994년 김일성 전 주석의 시신과 같은 곳이죠?

<<김진국>> 김 위원장의 시신이 공개된 방식은 그의 아버지인 김 전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장소와 방법, 시간 등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먼저 평양시 대성구역 미암동 금수산기념궁전이라는 장소가 같습니다.

시신의 공개 방법도 유리관에 시신을 안치하고 주변을 꽃으로 장식했다는 점도 비슷하고 사망 후 공개한 시간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김 위원장의 시신은 17일 사망한 이후 78시간 만에 공개 됐고 1994년 김 주석의 시신은 사망 후 93시간 만에 공개됐습니다.

약 15시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망 후 사흘 만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MC) 공통점도 있지만, 뚜렷한 차이점들도 눈의 뛴다죠?

<<김진국>> 조문 대열에 참가한 간부들의 규모나 구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지적입니다.

김 주석의 시신이 공개됐을 때는 김정일과 그 여동생 김경희는 물론 김정일의 계모 김성애와 이복동생 김평일까지 도열했고 간부들의 숫자도 조금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정남이나 김정철 등 김 위원장의 또 다른 아들이나 딸 등 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232명의 장의위원에 김정은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포함되지 않은 것과 비슷한 의미로 풀이됩니다.

상주인 후계자의 모습을 공개한 방식도 차별됩니다.

1994년에는 김 전 주석의 시신은 동영상 화면으로 공개됐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조문하는 모습은 사진으로만 공개됐습니다.

이번에는 김정은이 당과 군대와 정부 관료들과 함께 등장하며 조의를 표하는 모습, 그리고 침통해 하며 눈물을 훔치는 듯한 모습까지 상세하게 동영상으로 전했습니다.

(MC) 영정을 공개하는 방식도 김 주석 때와 비교된다는 분석이죠?

<<김진국>> 김 주석 때와 비교해서 김 위원장의 영정은 미리 준비된 듯 신속하게 공개됐다는 평갑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0일자 1면에 김 위원장 사진을 토대로 손으로 그린 영정을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도 전날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발표한 직후 이 영정을 배포했습니다.

김 주석의 사망 때는 1994년 7월 9일 노동신문 1면에 영정이 너무 엄숙한 모습이라는 지적에 다시 만들어서 7월 19일 영결식에는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영정을 바꿨습니다.

탈북자와 대북소식통은 김 주석 사망때 이 같은 혼란을 겪었던 북한 당국이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사망을 미리 대비하고 영정을 준비한 것 같다고 추정했습니다.

(MC)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의 영정의 제작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추정도 있더군요

<<김진국>> 한국의 언론은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영정을 만수대창작사 부사장인 김성민 화백이 제작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화백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영결식에 맞춰 대형 영정을 완성한 공로로 노력영웅 칭호와 김정일 표창을 받은 바 있습니다.

김 화백은 지난해 김일성의 인물화를 공개했을 때도 한국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때가 후계자 김정은이 공식 등장한 직후인 2010년 10월이었는데, 김 주석의 모습을 김정은과 똑같이 형상화해서 인물화를 그렸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영정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원본 사진은 조성중앙통신이 지난 1월 보도한 김 위원장의 모습을 사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때 김 위원장은 나기브 사위리스 이집트 오라스콤 회장을 만나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라스콤은 북한에 고려링크를 통해 손전화 사업에 진출한 회사입니다.

(MC) 김 위원장의 시신은 언제까지 공개됩니까?

<<김진국>> 일단 영결식이 열린 28일까지 금수산 기념궁전에 안치될 예정입니다.

아직까지는 김 위원장의 시신이 김 주석의 시신처럼 같은 장소에 방부 처리해서 영구 보존될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의 시신을 금수산 기념궁전에 함께 안치하면서 이곳을 유훈통치의 성지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MC)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시신이 금수산기념궁전에 공개됐다는 소식을 김진국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MC)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