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현재 대미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봅니다. 즉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련의 조치를 취해 미국에 지렛대를 가지려는 심산이죠. 여기자 문제도 일종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속셈입니다. <br/>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인 여기자 2명에 12년 노동 교화형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은 북한의 대표적인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2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대포동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할 준비를 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 궁극적으로 미국과 유리한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설명입니다.
브루스 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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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appears to put together a plan whereby he's taking many escalatory steps but wants to have some leverage on the United States in the process...(더빙)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현재 대미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봅니다. 즉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련의 조치를 취해 미국에 지렛대를 가지려는 심산이죠. 여기자 문제도 일종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속셈입니다. 또 김 위원장이 이 과정에서 자신의 건재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삼남인 김정운 씨를 후계자로 지명한 결정을 합리화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같은 북한의 협상 전략에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쉽게 말려들지 않겠다는 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외교정책분석연구소(IFPA)의 제임스 쇼프 부소장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 통화에서 미국 정부는 현재 북한의 핵 실험에 대한 제재와 여기자 문제를 별개로 취급하고 있으며, 그 결과 당분간 제재 국면이 계속되리라고 전망했습니다.
물론 미국 정부가 앨 고어 전 부통령이나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의 특사를 평양에 파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쇼프 부소장은 말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자 석방 문제를 놓고 미국과 북한 간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즉 미국은 여기자 문제는 철저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하려 하지만 북한은 이를 '안보 차원'과 연계해 여기자들의 '몸값'을 최대화하려는 데 있다고 쇼프 부소장은 설명합니다.
제임스 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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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what that something would be, I don't know, but I don't think it would be so much that it would change the nature of the sanctions regime or the UN resolution...(더빙) 북한이 원하는 몸값이 정확히 얼만지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미국이 현재 논의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이나 제재 수위까지 바꾸면서까지 여기자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 정부가 여기자 문제와 핵문제는 분리해 대응한다는 입장을 내세워도, ‘자국민 보호’라는 미국 내 여론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인 만큼 미국 정부가 북한이 쳐놓은 ‘올가미’에 말려들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워싱턴 D.C.의 외교가 정보지인 '넬슨 리포트'를 만드는 크리스 넬슨 새뮤엘 인터내셔널 어소시에이츠 부사장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회견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인도적 문제를 대북 정책의 일부로 고려하지 않고, 결정 요인 (determining factor)으로 다루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 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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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orries me the most is that if we are not careful this becomes our version of the Japanese abductee...(더빙) 제일 우려되는 사항은 이겁니다. 만일 미국이 조심하지 않을 경우, 여기자 문제는 미국판 ‘일본 납치자 문제’가 될 겁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6자 회담과 관련해 모든 우선 순위를 납치자 문제의 해결에 놓고 거기에만 매달려서 대국적인 견지에서 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실패했습니다. 정책의 우선 순위가 거꾸로 된 셈이었죠. 미국이 이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워싱턴 D.C.에 있는 민간 연구기관인 스팀슨 센터의 앨런 롬버그 선임 연구원은 8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그 문제는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든 간에, 오바마 행정부의 확고한 정책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앞으로 실질적인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협상을 하겠다면, 당분간 미국과 북한 간에는 협상 자체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