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들 추위・배고픔 못 견뎌 사망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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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추위가 몰아치는 북한에서 꽃제비들이 동사하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속에 꽃제비들을 도와주지 말고 증오하도록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어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 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최근 꽃제비들의 시신이 연일 발견돼 민심이 흉흉하다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북한당국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온갖 강력범죄를 ‘꽃제비’들의 소행으로 지목하면서 그나마 동정을 베풀던 주민들도 꽃제비를 외면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 소식통은 “12일 아침, 청진시 수남구역 송림동에 있는 청진제철소 주변 소년회관 골목에서 꽃제비 4명이 한꺼번에 얼어 죽은 사건이 있었다”며 “12~14살 사이의 남자애들과 10살도 안된 것으로 보이는 여자애 1명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11월 말과 12월 초에도 송평구역에 위치한 제철동 주변에서 꽃제비들이 동사하거나 타살되는 사건들이 있었다며 주변에 김책제철소가 있어 꽃제비들이 이 부근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직원이 1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진 청진제철소는 겨울철에도 온기가 있는 보일러와 보일러 굴뚝들이 여러 곳에 있어 꽃제비들이 추위를 피해 모여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꽃제비들이 제철소에서 쇳물을 녹이는 콕스탄이나 무연탄을 훔쳐 팔다가 보위대원들에게 들켜 구타로 인해 사망하는 일도 가끔씩 발생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도난방지를 위해 제철소 보위대원들이 저녁만 되면 보일러 주변에 몰려드는 꽃제비들을 쫓아내는데 그러다 보면 추위를 피할 길 없는 어린 꽃제비들이 얼어 죽는 사례가 자주 있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도 “장마당의 음식물 매대 주변에 가면 항상 많은 꽃제비들이 몰려있는데 요새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육고 매대가 화재로 몽땅 불탄 이후로 장마당에서 꽃제비들을 모두 몰아내면서 여러 명의 꽃제비들이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지 못해 죽어나갔다”고 밝혔습니다.

양강도에서는 지난 10월 17일, 장마당 육고 매대가 불타는 사건이 있었는데 초기에는 꽃제비들이 추위를 막느라 피운 불이 매대로 옮겨 붙었다는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그러나 인민반회의에 나온 담당보안원(경찰)들이 “안기부(한국국가정보원)의 돈을 받아먹은 꽃제비들이 일부러 불을 지른 것”이라고 날조된 선전을 하면서 꽃제비들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양강도의 경우에는 1997년에도 꽃제비들이 김정숙 예술극장을 방화한 사건이 있었는데 장마당 방화사건까지 겹치면서 사법당국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온갖 범죄들을 꽃제비들과 연관시키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인민반 회의에서 ‘굶주린 꽃제비를 동정해 먹을 것을 준 한 주민이 나중에는 꽃제비들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담당보안원이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장마당을 방화한 꽃제비도 주민을 살해했다는 꽃제비도 정확히 언제 누가 그랬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말해 사법당국이 꾸민 거짓일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