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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을 맞은 북중 국경 두만강 지역에서 북한 국경경비대원들이 쪽배까지 동원해 강을 샅샅이 훑고 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시체조’라고 불리는 이들은 행방불명(실종)자 수색 전담반으로 주로 두만강 주변에 있을지 모르는 시체를 수색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요즘 두만강에 나가면 긴 나무막대기들을 들고 쪽배를 탄 국경경비대원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과 주민들이 전해왔습니다.
지어 뼛속까지 얼어드는 찬물 속에 몸을 담그고 무엇인가를 찾는 사병들도 자주 눈에 뜨인다는데요. 이들이 바로 북한 주민들속에서 ‘시체조’라고 불리는 행불자 찾기 전담반 대원들이라는 것 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국경경비대에 ‘행불자 수색조’까지 만들어 시체 찾기에 나선 데는 최근 두만강을 건너는 탈북자들의 이상행동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 온성군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6월, 온성군 문화회관 예술선전대에 다니던 한 여성이 옷과 신발을 다 벗어놓은 채 두만강에 뛰어든 사건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물에 뛰어든 여성이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불편했다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당시까지는 그가 자살한 것으로 결론이 났었습니다.
하지만 죽은 것으로만 알았던 그 여성이 중국에서 북송되는 탈북자들 속에 끼여 한 달도 못돼 온성군 남양세관으로 압송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는 얘기입니다.
온성군 보위부에 구속된 이 여성은 “실제로 자살하려고 두만강에 뛰어들었는데 눈을 뜨고 보니 중국 사람이 사는 집이였다”고 버텼고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어 고민을 거듭하던 온성군 보위부는 2달간의 노동단련대 처벌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이 크게 소문나면서 두만강을 건너는 탈북자들이 너도 나도 없이 자살을 빙자한 방법을 선택해 사법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지난 7월에도 온성군 남양면에서 한 가족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일이 있었다”며 “‘살길이 없어 온 가족과 함께 죽음을 택한다’는 유서와 신발들을 두만강변에 벗어 놓고 사라져버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런가하면 지난 10월 17일 경에는 삼봉노동자구에 주둔하고 있는 국경경비대에의 소대장 한 명이 두만강에 옷과 신발을 벗어놓고 “제대되어 집에가기 싫은데 군관(장교양성)학교에 못가게 되었다”며 “더 살고 싶지 않다”는 유서를 남기고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와 관련 온성군의 또 다른 주민은 “위에서 실종자들의 시신을 무조건 찾아내라 하니 수색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자살했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자살로 가장해 탈북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살을 빙자해 두만강을 건널 경우 훗날 중국공안에 붙잡혀 북송되더라도 중국인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는 구실을 붙여 처벌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한편 소식통들은 실제 생활고를 못 이겨 자살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온성군 소식통은 “이틀이 멀다하게 두만강에 시체가 뜨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행불자 수색조’는 자신들의 구역에 수배된 행불자 외의 다른 시신이 떠오르면 멀리 떠내려가도록 막대기로 밀어버린다”고 증언했습니다.
해당구역에서 발견되는 시신들은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국경경비대가 취급한다는 규정이 있어 이를 꺼리는 국경경비대가 다른 구역에 떠내려가도록 시신들을 밀어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