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조선무역은행에서 전자카드 '나래'를 발행하고 고위층을 중심으로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고위층 자녀들은 이 전자카드를 소지하고 다니면서 부를 과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외화거래를 위해 발행한 '나래' 전자카드가 요즘 고위층 자녀들 속에서 부의 상징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한 북한 대학생은 "요즘 평양에서 외화상점, 식당에 가면 현금카드로 결제하고 밥을 먹는 멋쟁이 신사들을 보는 게 평범한 일로 되었다"면서 "부유층 자녀들에게 있어 외화카드는 일종의 부를 과시하는 상징처럼 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대학생은 "김일성종합 대학에 다니는 한 친구는 항상 돈 지갑에 나래 전자카드를 넣고 다니는데, 특별히 물건을 사지 않아도 친구들에게 자주 노출시킨다"며 친구들로부터 은근히 자랑하길 좋아한다는 뒷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학생은 "그의 아버지는 1여단 고위급 장령(장성)인데, 그에게 카드에 얼마 있냐고 물었더니, '이 카드 안에 미화 200달러가 들어있다'고 귀띔해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1여단은 김정은 일가의 별장이나 특각 등을 전문 건설하는 공병부대로, 김 씨 일가의 별장은 모두 외국제품으로 꾸리기 때문에 수입자재를 구하러 그의 아버지가 뻔질나게 외국을 드나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학생에 따르면 1여단 고위층 자녀는 한 달에 용돈으로 미화 200달러를 받아 쓸 만큼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데, 가끔 친구들과 외화상점이나 식당에 가서 소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고위층들이 주로 다니는 김일성대학이나 평양상업대학에도 이렇게 현금 카드를 소지한 학생들이 적지 않은 데 보통 한 학급에 3~4 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군부의 충성을 끌어내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군부 장성들에게 계급에 따라 미화를 차등 지급하는 체계를 세웠는바, 대장의 경우 미화 1천 달러가량을 매달 개인계좌에 입금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은 평양시에서 요즘 장사가 잘된다는 해당화관이나, 대동강호 식당배와 같은 외화소비 장소에 가족을 대동하고 버젓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최근에 북한을 다녀온 중국 심양의 한 중국 무역상인도 "북한 무역 파트너와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밥을 먹고 카드로 계산하는 것을 보고 북한도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신의주를 거쳐 중국으로 귀국하는 도중에 본 북한의 농촌 풍경은 여전히 낙후한 모습이었다면서 외화 소비를 하나의 멋으로 과시하는 부유층과 일반 주민들 사이에 극렬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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