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러시아와 최근 타결한 110억 달러 채무 상환 협상에서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에 맞서 사회주의를 최전선에서 수호하느라 채무가 발생했다며 완전 면제를 러시아 측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 달 중순 타결된 북한과 러시아 간 채무 상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처음에는 빚을 진 사실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 들었다고 ‘러시아의 소리’ 방송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국영 국제방송인 ‘러시아의 소리’는 북한이 90년 대 초에 옛 소련 시절 발생한 채무에 대한 상환을 중지한 뒤 시작된 북러 양국 간 채무 상환 협상의 진행이 매우 더뎠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어 채무 발생을 인정한 뒤에는 당시 채무가 자본주의에 맞서 최전선에서 사회주의를 수호하느라 발생했다며 전액 탕감을 요구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습니다.
러시아의 소리 (녹취): 조선의 채무 문제는 오랫동안 러시아와 조선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조선은 처음에는 채무를 인정하지 않다가 그 후에는 이 채무는 조선이 '사회주의 동방초소'를 수호하느라고 생긴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면제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110억 달러에 이르는 북한의 대 러시아 채무 상환 협상의 돌파구는 지난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때 마련됐다고 방송은 덧붙였습니다. 당시 양국이 채무액 중 약 90억 달러를 면제해주고 나머지 채무는 인도주의나 에너지 사업 등 양국 간 협력에 사용키로 합의했다는 겁니다.
이번 채무 협상 타결의 의미와 관련해, 러시아과학원 산하 극동연구소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선임 연구원은 “한반도 가스관 부설 사업이 중요한 의의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러시아의 소리 (녹취): 본질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조선의 채무를 면제해주는 대신에 조선은 가스관부설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는 채무를 상환받는 것을 사실상 포기했으며 그 대신 조선과의 관계에서 돌파구를 여는 것과 바꾸었습니다.
채무 해결이 남북한 경유 가스관 부설은 물론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 연결 사업 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겁니다.
반면, 여전한 남북 간 긴장 등 한반도 안보 위험 탓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가스관 부설과 한반도종단철도 건설 등이 쉽게 결실을 맺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여전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러시아 전문가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오랜 기간 수십억 달러 이상이 투자돼야 하는 이들 대형 사업에 러시아 기업이 선뜻 나서기엔 아직 한반도 주변 정세가 충분히 안정적이지 않다”며 이같이 지적했습니다.